<아정유고>에는 이덕무가 조카인 이광석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이덕무는 조카 이광석이 글을 쓸 때 지나치게 기이함을 중시한 나머지 예닐골 번이나 읽었는데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한다.
“옛날 왕희지의 필법을 배워 초서를 잘 쓰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네. 그 사람은 아침을 굶은 채 편지를 써서 친구에게 쌀을 구걸하였네. 그러나 그 친구는 저녁이 다 되도록 그 편지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해 쌀을 주지 못했고 결국 그 사람은 밥을 짓지 못했다네. 초서를 잘 쓰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남이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 노릇을 어찌하겠는가.”
어설프게 배운 사람들이 기괴한 글을 즐겨 쓰는 건 18세기 조선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 참고: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문 산문선』, 권정원 편역, 미다스북스, 130쪽.
(2017.08.27.)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