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7

이게 논문이냐?

     

내가 석 달 전에 쓴 논문을 다시 보니 “이게 논문이냐?”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도 나는 “이게 나라냐”라고 안 했는데, 내가 쓴 것을 다시 보니 “이게 논문이냐?”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체질에 안 맞는 공부를 하려니 힘들다. 공부를 하다 보면 체질이 바뀌나 했는데 도통 체질이 안 바뀐다. 술을 못 먹는 체질이나 공부 못하는 체질이나 비슷한 것이 아닌가. 술이나 공부나 해봤자 늘지는 않고 괜히 몸이나 상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대학원 다니면서 ‘술 못 먹는 사람이 회식 자리에서 이런 기분인가’ 싶기도 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평론가 지망생을 얼마 전에 만났다. 그 분은 나보고 “교수하기에는 개그가 너무 아까운데...” 라고 했다. 나도 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정도 개그로는 직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도 안다.
  
이말년이 나를 시나리오 작가로 데려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예상(1)
- 나: “혹시 시나리오 작가 필요하시나요?”
- 이말년: “내가 더 재미있어요.”
- 나: “네.”
  
예상(2)
- 나: “혹시 색다른 소재로 만화를 그리시는 건 어떠세요?”
- 이말년: “어떤 건데요?”
- 나: “대학원툰이요.”
- 이말년: “꺼지세요.”
- 나: “네.”
  
윤서인이 패륜 만화를 그려서 그렇지 그림은 예쁘게 그린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윤서인이 그림만 그린다면, 아무리 시나리오가 똥이어도 <조이라이드>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이렇게 살아도 윤서인 같은 것과 손을 잡을 수 없다.
  
결국 논문을 참칭하는 글을 다시 읽는다. “이게 논문이냐?”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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