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정신’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여러 재료가 섞여 새로운 맛을 내지만 그러면서도 각 재료가 자신의 성질을 유지하는 비빔밥과 같이 공동체도 그러해야 한다는 말이다. 비빔밥을 빌 때 숟가락이 아니라 젓가락으로 비비는 것은 밥알이 뭉개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이것도 비빔밥 정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비빔밥 정신이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비빔밥은 탕평채처럼 의도를 가지고 만든 음식도 아니고 어쩌다 만들어진 자연 발생적인 음식인데 거기에 무슨 정신이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비빔밥 정신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된다면 별 게 다 말이 된다. 한국 문화를 ‘설렁탕 정신’(살을 다 발라먹고 뼈까지 삶아먹는다는 정신), ‘곱창 정신’(내장도 빼먹는다는 정신), ‘선짓국 정신’(피까지 뽑아먹는다는 정신)으로 표현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니 애초에 비빔밥 정신 같은 말도 안 되는 말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20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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