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이가 기러기를 잡아왔다. 기러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다.
화천이는 으르릉 하는 소리를 내며 기러기 목덜미를 단단히 물고 있었다. 기러기는 힘이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가만히 보니 기러기가 예쁘게 생겼다. 기러기를 살리기로 했다.
화천이가 기러기 목덜미를 물고 있으니까 멋모르는 눈노란놈이 와서 괜히 기러기 날개를 물었다. 내가 야단치니까 눈노란놈은 얼른 도망갔는데 화천이는 기러기 목덜미를 물고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다가가니 화천이는 기러기를 물고 달아났다. 하도 날쌔서 잡을 수 없었다.
야단 쳐서는 기러기를 놓게 만들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고양이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서 화천이에게 다가갔다. 눈노란놈하고 눈파란놈이 사료를 보고 나를 졸졸 따라왔다. 밥그릇을 화천이 앞에 들이밀었지만, 화천이는 기러기 목덜미를 놓지 않았다. 화천이는 기러기를 물고 멀리 달아났다. 결국 기러기 구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당에서 기러기 털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기러기가 어떻게 살기는 살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201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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