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동양사학과)이 연구실을 나가면서 나에게 의자 하나를 주었다.
- 나: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의자도 좋은데.”
- 아는 형: “그 의자, 유서가 깊은 의자야.”
- 나: “무슨 의자인데?”
- 아는 형: “김영식 선생님이 앉던 의자야.”
- 나: “뭐? 김영식 선생님?”
김영식 선생님은 한국의 대표적 공부 능력자 중 한 분이다. 하버드대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화학과 교수를 하시고, 프린스턴대에서 동양사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를 하셨다.
절대 의자에 앉아 보았다. 특별한 기운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논문은 안 읽힌다. 사람은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서 아이템 하나 장착한다고 능력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냥 김영식 선생님이 사기 캐릭터인 것이다. 그래도 절대 의자에 앉으니 기분이 좋았다. 서울대는 시진핑이 몇 분 앉았던 의자도 줄 쳐놓고 보존하는 판인데, 김영식 선생님이 평소 앉은 의자라니 얼마나 유서 깊은가? 절대 의자라고 할 만하다.
절대 의자를 손에 넣고 기쁜 마음에 박사 형님한테 자랑했다. 그런데 반응이 시큰둥했다. 왜 그럴까? 박사 형님이 말했다. “◯◯아, 그깟 의자가 뭐가 대수냐. 내가 연구소에서 앉은 의자는 전직 교육부 장관이 앉던 의자야. 그런데 지금 나는... 아니다.”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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