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4

대원외고 화장실에 붙은 문구



나는 2008년 세계철학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그 때 나는 농생대에서 활동했는데 우연히 다른 동 사람들하고 술을 마시게 되었다. 잔디밭에서 한참 맥주를 마시는데 유독 화장실을 자주 가는 사람이 있었다. 누가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한데 항문이 셀까, 요도가 셀까?”

정확히 말하면 항문 괄약근과 방광 괄약근 중 어느 쪽이 더 힘이 센지 궁금하다는 말이었다. 몇 십분 간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항문 괄약근을 지지하는 쪽과 방광 괄약근을 지지하는 쪽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토론을 벌였다. 나는 한참 보다가 끼어들었다. “항문이 더 셉니다. 똥을 참고 오줌을 눌 수는 있지만 오줌을 참고 똥을 눌 수는 없잖아요.”

지루한 논쟁이 한 방에 정리되고 모두 기뻐했다. 이후에 그 동 사람들하고 같이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심리철학의 시대가 가고 이제 곧 육체철학의 시대가 옵니다” 하면서 놀았다. 철없던 때의 일이다.

대원외고 화장실에 붙은 문구를 보고 9년 전 세계철학대회 때 일이 생각났다. 대원외고 곳곳에 붙은 문구는 대부분 학생들이 선별해서 붙여놓은 것이라고 한다. 대원외고에서도 항문-요도 논쟁 같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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