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때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게서 일부 학생들이 성적이의신청을 할 때 터무니없는 요구를 너무 당당하게 해서 화가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에서 몇몇 학과를 지정해서 평점 몇 점을 유지하면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는데, 그 학과 소속의 학부생 중 일부는 자기가 장학금 받아야 하니까 좋은 성적을 내놓으라고, 제로에서 플러스로 올릴 수 있는 거 다 안다고, 당당하게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해당 선생님의 논평은 이러했다. “이걸 학생 개인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구조의 문제다.” 그렇지만 그 선생님은 학생들의 그러한 행태에 대해 약간 불쾌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까지 학부 수업에서 강의해본 적이 없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학부 수업을 하게 된다면, 말도 안 되는 성적이의신청을 받을 경우 해당 메일이나 메시지를 잘 보존하고 백업 파일도 찾기 쉽게 이름을 붙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진상학생이 나이 먹고 철이 들어 훌륭한 사람이 되고 훌륭한 일을 하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그 학생이 나이를 많이 먹어서도 사회에 해를 끼치면서 높은 지위를 탐한다든가 하면 학부생 시절의 호기로운 성적이의신청을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해당 학생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당한 요구를 하기를 서슴지 않는 전력이 있으니 능력이 있어 요직에 쓰더라도 항상 그 학생에 대한 관리와 감시에 소홀하지 않도록 일깨우게 될 것이고, 이는 사회적으로 위험이 줄어들게 할 것이다. 또한, 그런 꼴을 본 학부생들도 함부로 까불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어 아무리 진상학생이라고 하더라도 교수나 강사들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 전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차릴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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