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9

옆집 할머니가 우리집 보고 무서운 집이라고 말하다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옆집 할머니가 동네 사람보고 저 집(우리집) 무서운 집이라고 그랬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내가 하고자 한 일이 먹혀들고 있음을 알았다.

옆집은 워낙 남의 땅을 먹는 내력이 있는 집이다. 아버지고 할아버지고 몇십 년을 비실비실하게 구니까 우리집을 얕잡아보고는 아무 허락도 받지 않고 우리집 땅에 집까지 지은 전력이 있다. 30년 전에 지은 옆집에 우리집 땅이 일부 들어가 있다. 그런데도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그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10년 전, 내가 집의 동산과 부동산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옆집에 들어간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받아내려고 했다. 그 때 옆집 할머니가 현금으로는 줄 수 있어도 절대로 통장으로는 못 준다며 길길이 뛰어서 임대료 받는 것이 유야무야 되었다. 아마도 옆집 사람들은 20-30년쯤 뭉개다가 점유취득을 할 작정으로 우리집 땅에 집을 지었을 것이다.

옆집에서 임대료를 내기 시작한 것은 내가 실력을 보여준 다음부터이다. 내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나서 옆집에 임대료로 10만 원을 계좌이체 하라고 하니, 군말 없이 어머니 계좌로 10만 원을 보냈다고 한다. 내가 옆집에 말하지 않았지만, 임대료를 순순히 내지 않으면 옆집의 한구석을 잘라서 펜타곤처럼 집을 오각형으로 만들려고 했다.

이 정도 되었으면 상황 파악을 할 만도 한데, 작년 11월에 옆집 막내 며느리는 자기가 공무원임을 들먹이면서 나에게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다. 곧바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일이 바빠서 미루다가 몇 달 전부터 도청 감사관실에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으로 민원을 넣고 있다. 옆집에서 막내아들이 그 집 대장 노릇을 하며 특히 며느리가 공무원이라고 위세를 떤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며느리에게 정신적 타격을 주면 그 집이 준동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사무관이나 서기관도 멀쩡히 착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 주무관이 그렇게나 까불고 거들먹거리고 지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천성 자체가 나쁨을 보여주는 것이다. 천성은 어디 안 가는 것이라서, 천성이 나쁜 것들은 미리 미리 밟아놓아야 한다.

공무원이랍시고 동네에서 거들먹거리는 것을 보면 공무원 생활 30년 했다고 자부심이 대단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정년퇴임을 앞두고 시골 동네에서 횡포 부렸다고 감사관실에 여러 번 소환된다고 해보자. 이미 두세 번은 소환되었던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도 너댓 번은 더 소환될 것이다. 이 사안으로는 감봉이나 정직이 힘들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렇지만 충분히 조사받을 만한 사안인 것도 맞다. 천성이 어디 안 가니까 그 며느리는 분명히 도청 건설국 안에서도 지랄맞게 굴었을 것이다. 새파랗게 어린 신입 공무원 앞에서 감사관실로 불려가는 것을 보여주라고 민원을 넣은 것이다. 나는 애초부터 옆집에 공포심을 심어줄 작정으로 민원을 넣었다. 같은 사안에 대한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민원을 넣으면 해당 부처에서 악성 민원으로 간주하여 답변을 거부할 수 있으므로, 한정된 갑질 및 횡포 사례를 적절히 배분하여 아껴 쓰고 있다.

자식들이 구순 노인네 앞에서 도대체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10년 전 나에게 계좌이체는 절대로 안 되고 현금으로 임대료를 주겠다고 했던 그 노인네가 우리집 보고 무서운 집이라고 말했다니, 내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왜 공포심을 심어주어야 하느냐면, 그래야 내가 집에 없더라도 옆집에서 우리집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슴 깊이 일말의 공포심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못돼먹은 천성이 자기도 모르게 불쑥불쑥 올라올 때 약간이라도 자제한다.

내가 지금은 직업이 없지만, 나중에 직업이 생겨서 다른 지방에서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옆집 등이 우리집에 해를 끼치려고 한다고 해보자.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법은, 어머니가 나의 악명을 이용하여 시간을 벌고 그 동안 내가 집에 돌아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악명을 떨치고 위험 요소들을 미리 손 봐두어야 한다.

아침식사 중에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옆집에서 생각해 봐도 딱히 별 수는 없을 거고, 기껏해야 나중에 네가 도랑 메운다고 할 때 못 메우게 한다는 거 정도일 거다.”

우리집과 옆집의 사유지 사이에 작은 도랑이 흐른다. 옆집 것들이 도랑에 성토하려는 것을 내가 막아서 옆집에서 우리집 땅을 먹지 못하게 만든 적이 있다. 옆집에서 나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도랑에 성토하려고 할 때 그것을 방해하는 것 정도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왜 멀쩡한 도랑에 성토하겠는가?

나는 어머니께 호기롭게 말했다. “제가 옆집 땅을 다 헐값에 살 거니까 제가 자손을 낳는다면 도랑에 성토하고 안 하고는 제 자손들이 결정할 문제일 겁니다. 그리고 옆집은 절대로 저 집을 제값에 못 팝니다.” 백수일수록 호기롭게 말해야 하는 법이다.

옆집이 우리집 땅을 뭉개고 앉을 때는 점유취득을 하거나 헐값에 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우리집이야 허구헌날 땅이나 팔아먹었지 땅을 산 적이라고는 없으니 결국 옆집이 뭉개고 있는 땅까지 팔게 될 것이고, 그 땅은 옆집 말고는 아무도 사려하지 않을 테니 옆집이 헐값에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꾀에 자기가 빠져 이제 그 집은 절대로 제값을 받을 수 없는 집이 되었다.

* 뱀발

나는 어머니께 이런 이야기도 했다. “6.25 같은 전쟁이 다시 나고 인민군이 밀고 내려온다고 해봐요. 옆집 것들이 인민군 편에 서겠어요, 안 서겠어요? 걔네들이 인민재판하고 우리집 땅을 몰수하겠어요, 안 하겠어요?” 어머니는 당연히 옆집 사람들이 인민군 편에 설 것이라고 답했다. 나는 어머니께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집은 어떻게 해야겠어요?” 어머니는 답했다. “옆집보다 먼저 인민군한테 붙어야지.”

굳이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6.25 때 시골 마을에서 어느 방식으로 학살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뻑 하면 이념 같은 소리나 하면서 관념이 세계를 움직이는 듯 여기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 걱정 없이 한가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태평한 소리나 하는 것이다.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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