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협동과정에 처치 곤란인 새 책이 수십 권 정도 있어서 내가 당시 주임교수님한테 그 책에 협동과정 증정 도장을 찍어서 대학교든 고등학교든 기부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주임교수님은 나의 제안을 괜찮다고 여겼고 나는 도장집에 가서 내가 만든 도안대로 도장을 만들어왔다.(도장 비용은 협동과정에서 처리했다) 원래는 해당 도서가 없는 대학교 도서관에 증정 도장을 찍어서 택배로 보내려고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유야무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고등학교에 아르바이트를 다니면서 가는 길에 몇몇 학교에 해당 도서를 기증했다.
얼마 전에 간 학교에서 담당 교사인 물리 선생님이 기증 도서의 안쪽에 찍힌 도장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머, 저 여기 가고 싶었는데 제2외국어 해야 한다고 해서 말았어요!”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은 자연과학대학 소속이니까 대학원 입학 때 제2외국어를 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말하자 그 선생님은 “옛날에는 있었어요”라고 답했다. 나는 그 선생님의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나보다 나이는 많은 것 같았지만 그렇게까지 나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았는데, 나이에 비해 많이 동안인 건가? 대놓고 나이를 물어보기는 좀 그래서 묻지 않았다.
물리 선생님이 나에게 과학사 쪽 동향을 물었다. 그 선생님은 과학사를 전공하고 싶었나 보다. 나는 과학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전제하고는 내 나름대로의 의견을 말했고, 그 선생님도 나의 의견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학부생 때는 물리 공부를 하느라 과학사에 관심이 없었는데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학과에서 학과 홍보를 위해 일부러 도서를 구입해서 고등학교에 뿌릴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학과에 전공 관련 새 책이 남아돌 경우 이를 방치하거나 폐기하지 말고 학과 홍보에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고등학교에 아르바이트 하러 가는 길에 도서를 기증한다면 택배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기증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일 텐데 지방 소재 고등학교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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