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8

비-서울대 출신이 보는, 서울대 출신들의 서울대 이전 주장



내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심사가 꼬여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울대 출신들이 나름 쿨한 척 하면서 서울대 지방 이전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좀 그렇다.

서울에 주요 대학들이 죄다 몰려있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래서 서울에 집중된 것을 지방으로 옮겨야 할 때 교육 기관들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 그런데 서울대는 다르다. 도마다 거점 국립대가 있는데 서울대를 왜 옮기나? 서울대를 지방으로 옮기면, 서울에는 인구가 천만이나 있는데 국립대가 없고, 기존에 국립대가 있던 어떤 지역에는 서울대가 옮겨와서 거점 국립대가 두 개가 된다. 이게 말이 되나?

서울대가 다른 국립대보다 예산을 많이 먹으니까 그걸 거점 국립대로 나누어서 키운다고 하면 또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멀쩡한 학교를 괜히 통째로 옮기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테니, 차라리 이전 비용을 거점 국립대에 투자하는 것이 서울대와 거점 국립대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닌가?

서울대 이전 같은 안 되는 주장은, 아마도 지방에 있는 거점 국립대는 애초부터 글러먹었기 때문에 돈 몇 푼 더 줘봐야 서울대처럼 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서울대가 서울대인 것은 단지 다른 학교보다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해서가 아니라 다른 학교에는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거점 국립대에 예산을 더 확보하는 방식으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아예 서울대를 통째로 옮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 외에 서울대 이전 같은 주장이 도출될 다른 경로가 있는가?

거점 국립대 출신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서울대 이전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가령, 충남대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충남대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는 것이 좋을까, 세종시에 서울대가 통째로 옮겨오는 것이 좋을까?

서울 소재 사립대를 살살 꼬셔서 지방으로 옮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서울대를 통째로 옮기겠다는 발상은 지방과 지방대 출신에 대한 불신으로밖에 안 보인다.

* 링크: [MBN] 이상민 장관 “서연고, 특목고 묶어 지방으로”... ‘패키지 이전’ 추진

( www.mbn.co.kr/news/politics/4839218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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