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들이 나름 쿨한 척하면서 서울대 지방 이전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썩 안 좋다. 내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서 그런 건가? 아니면 원래 심사가 꼬여 있어서 그런 건가? 아니다. 여기에도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주요 대학들이 죄다 서울에 몰려 있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래서 서울에 집중된 것을 지방으로 옮기자고 주장할 때 교육 기관들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 그런데 서울대는 다르다. 도마다 거점 국립대가 있는데, 서울대를 왜 옮기나? 서울대를 지방으로 옮기면, 서울에는 인구가 천만 명이나 되는데 국립대가 없고, 기존에 국립대가 있던 어떤 지역에는 서울대가 옮겨와서 거점 국립대가 두 개가 된다. 이게 말이 되나?
서울대가 다른 국립대보다 예산을 많이 가져가니까, 그 예산 중 일부를 거점 국립대로 나누자고 하면 또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서울대를 지방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거점 국립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어떤 거점 국립대가 해당 지역에서 대학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옆 동네에 서울대가 이사 왔다. 그 거점 국립대에게 무엇이 좋을까? 아무것도 좋을 게 없다. 그저 서울대에 밀린 지방의 쭈구리 학교 되는 것이다. 멀쩡한 학교를 괜히 통째로 옮기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차라리 이전 비용을 거점 국립대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나? 가령, 충남대 입장에서 볼 때, 충남대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는 것이 좋을까, 세종시에 서울대가 통째로 옮겨오는 것이 좋을까?
서울대 이전 같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게 만드는 암묵적인 전제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에 있는 거점 국립대가 서울대만큼 예산을 확보하면 서울대 같은 학교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서울대를 옮길 필요가 없다. 지방에 있는 거점 국립대는 애초부터 글러먹었기 때문에 돈 몇 푼 더 줘봐야 서울대처럼 될 수 없다는 전제를 추가하면, 서울대 이전과 관련된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이것 외에 서울대 이전 같은 주장이 도출될 다른 경로가 있는가?
그런데 서울대가 서울대인 것은 단지 다른 학교보다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해서가 아니라, 다른 학교에는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아무리 학벌을 맹신하는 사람이라도, 대놓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울대 이전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암묵적인 전제를 대놓고 말할 수 없으니 다들 공허한 소리나 하며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 링크: [MBN] 이상민 장관 “서연고, 특목고 묶어 지방으로”... ‘패키지 이전’ 추진
( www.mbn.co.kr/news/politics/4839218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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