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축대를 다시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축대를 다시 쌓으려면 흙을 파내야 하고, 흙을 파내면 나무를 일부 건드려야 한다. 아버지가 무분별하게 나무를 심어서 몇 그루 옮기기는 옮겨야겠다고 예전부터 생각은 하기는 했는데, 지금은 여름이다. 여름은 나무를 옮겨심기 어려운 계절이다. 여름에는 묘목도 팔지 않는다. 그런데 장마가 오기 전에 축대를 다시 쌓아야 한다. 일단 한 그루만 옮겨 심어보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뿌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통째로 파내면 된다. 통째로 옮기면 여름이어도 나무는 살 수 있다. 통째로 옮기는 것이 어려워서 날씨가 약간 쌀쌀할 때 나무를 심는 것이다.
삽으로 구덩이를 팠다. 나무 주위를 돌면서 계속 흙을 파내다 보면 뿌리를 통째로 떠낼 수 있다. 나무를 옮기면서 뿌리 주위에 붙은 흙이 떨어지면 나무가 말라 죽을 수 있으므로, 비료 포대 두 개를 가위로 잘라서 넓게 펴서 흙덩어리를 둘러싸고 고무줄로 빙빙 감았다. 그걸 외발수레에 싣고 옮겨서 다른 장소에 심는 것이다.
어떤 식물이든 땅에서 뽑으면 이후에 죽들 살든 일단은 시들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옮겨심은 나무는 통째로 옮겼기 때문에 내내 잎에 힘이 있었다. 나는 나무를 옮겨심느라 죽네 사네 하며 힘을 다 뺐지만, 다행히 나뭇잎에는 힘이 있었다.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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