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낮잠을 자는데 어머니가 내 방에 들어와서 나를 깨웠다. 무슨 일이 생겨서 깨운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빨간 열매를 나에게 건네면서, 신기한 일이라고, 체리 나무에 앵두가 열렸다고 말했다. 체리 나무에 앵두가 열릴 리가 있나. 먹어보았다. 체리였다. 어머니는 체리 나무에 체리가 열렸다고 나를 깨운 것이었다.
화가 났다. 나는 잘 자고 있었다. 그래도 어머니 나름대로는 신기한 것을 보았다고 생각하여 나를 깨웠을 것이다. 어머니께 화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어머니께 앵두가 아니고 체리다, 예전에 먹었던 맛없는 체리와 맛이 똑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어머니는 체리가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하셨다. 아니, 체리가 이렇게 안 생기면 어떻게 생겼단 말인가?
<조선왕조실록> 같은 데 암탉이 변하여 수탉이 되었다는 식의 기록이 나오는데, 아마도 체리나무에 앵두가 열렸다는 식의 보고였을 것이다.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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