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1

매실나무 구상



작년에 심은 매실나무에서 열매가 열렸다. 매실나무를 받을 때 신품종이라서 계란 초란만 한 매실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는 반신반의했는데, 초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에 있던 매실나무의 열매보다는 훨씬 큰 열매가 열렸다. 작년에 밭과 농로의 경계에 심은 매실나무가 서른 그루 약간 안 되는데, 장기적으로는 밭 둘레 삼면을 매실나무로 둘러싸고 밭에는 체리나무를 심을 생각을 하고 있다.







2년 전에 아버지가 직장 동료와 함께 밭에 체리나무 115그루를 심었는데, 그 중 열 그루 정도만 남고 모두 죽었다. 나무가 약한 것인가, 심기를 잘못 심은 것인가? 10년 전에는 아버지가 어떤 침엽수 종류를 밭에 50그루 심었다가 두 그루만 살고 다 죽은 일이 있으니 아무래도 아버지와 동료가 체리나무를 잘못 심은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체리나무를 키워보니 그렇게 강한 나무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왜 체리가 비싼지 알 것 같다. 체리나무가 아로니아나무나 블루베리나무처럼 잘 자랐으면 진작에 체리 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졌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처럼 100그루씩 심지는 않을 것이고, 남은 열 그루를 키우다가 잘 자라면 나무 수를 늘릴 생각이다.

내가 농부가 되려고 나무 심을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고, 부모님 노후 대비와 관련되어 구상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현재 요양보호사를 하고 있는데, 1959년생인 어머니가 언제까지고 요양보호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몇 년 안에 다른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냥 노시라고 하면 좋겠으나 집에 돈도 없고, 웬만큼 늙더라도 어차피 100세 시대라서 더 일해도 된다. 자식이 부모를 믿고 놀면 약해지는 것처럼, 부모도 자식을 믿고 놀면 약해진다. 지나친 효도는 부모를 약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어머니께 중노동을 시킬 수는 없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농장 관리를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작게 하는 것이면 괜찮을 수도 있다. 적어도 어머니가 밭농사를 짓는다고 하면서 얼마 되지도 않는 소출을 얻으려고 호미를 들고 죽네 사네 하는 것보다는 건강에 낫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께는 나무에 손 대지 말고 그냥 노시라고 할 생각이다.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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