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이가 만삭이다. 예전에 화천이가 방충망을 뚫고 사랑방에 들어와서 새끼를 낳은 적이 있어서 만삭일 때는 방에 들어오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언젠가는 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화천이가 안채로 뛰어 들어와서 새끼를 낳으려고 해서 곧바로 현관문 밖으로 내보낸 적도 있었다. 현관문 밖으로 내보낸 직후 화천이가 골판지로 만든 집에 들어가서 새끼를 낳았으니, 만일 내가 그 때 화천이를 내보내지 않았다면 안채에서 새끼를 낳을 뻔했다. 새끼를 안전한 곳에서 낳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으나, 집은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라 어쩔 수 없다.
만삭인 화천이가 뒤뚱거리며 사랑방 앞에 와서는 무거운 배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사랑방 안을 유심히 살폈다. 사랑방에서 새끼를 낳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 같아서, 나는 화천이를 살살 구슬려서 창고 쪽으로 보냈다.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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