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가 마치 거대한 전환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격변하는 시대, 거대한 전환,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꿰뚫어 보는 냉철하고 통찰력 있는 나, 얼마나 자의식이 고양되기에 충분한가? 뻥쟁이들이 주접 싼 것을 주워들은 것에 불과하더라도 자의식 고양에는 충분한 밑거름이 된다.
그런데 ‘코로나19’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보자.
“우리는 라이터 발명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당연하다. 담배 한 모금 빨아마시려고 부싯돌로 불을 붙인다고 생각해보자. 다른 것도 다 된다.
“우리는 세탁기 발명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인터넷 발명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원시인 아저씨가 돌을 다른 돌에 갈면서 비장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간석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또한, 이렇게 말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IMF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1987년 6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뻔하고 당연한 소리다. 어떤 현상이든 어떻게든 사회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고,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마법사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같은 무의미한 소리나 내뱉는 것보다는 코로나19 때문에 벌어진 변화 중 어떤 변화가 일시적이고 어떤 변화가 장기적일지 예측하고 분석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겠다. 그러나 쥐뿔이나 내용 없이 수사로만 승부를 보는 사람들이 코로나19라고 해서 퍽이나 유의미한 작업을 하겠는가?
현대사의 다른 사건들과 비교해볼 때 코로나19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을까? 한국 사회에 국한해본다면, 아마 88 올림픽보다는 약하고 2002 월드컵보다는 세지 않을까 싶다.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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