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이 존경하는 가수에 대한 헌정 음반을 만들 듯이, 철학자들도 영향력 있는 철학자에 대한 비평 선집을 낸다. 해당 철학자의 업적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글을 엮어서 책으로 낸다. 그러한 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그 철학자에게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헌정 앨범과 달리, 비평 선집에는 해당 철학자가 동료 학자들의 비평에 대해서 그에 답변하는 글을 일일이 덧붙인다. 자신의 철학적 작업에 대한 비판하니까 그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을 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하트만(Stephan Hartmann) 등이 편집한 『Nancy Cartwright’s Philosophy of Science』(2008)에는 원고 열여섯 편이 실렸고, 카트라이트는 서론을 제외한 열다섯 편에 일일이 답변을 달았다. 비평 선집인데 해당 철학자의 반박이나 해명이 없는 경우는 그 철학자가 이미 죽은 사람인 경우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경제학의 철학의 경우, 2012년에 출판된 우스칼리 매키(Uskali Mäki)의 철학에 대한 비평 선집에는 매키의 답변이 없다. 왜 그랬을까? 그 책의 서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편집자들은 매키에게서 논문에 대한 응답을 받지 않았다. [...] 가장 큰 이유는 헬싱키에서 2011년 9월 4일에 하는 <경제학 방법론에 관한 국제 네트워크 학회>(INEM Conference)가 열리기 전까지 이 책을 쓰는 것을 매키에게 숨기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가 경제학에 대한 매키의 설명에 초점을 맞추는 책을 함께 쓴다는 사실이 매키에게 뜻밖의 기쁨(pleasant surprise)을 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p. 31)
학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일종의 서프라이즈 파티를 하는 모양이다. 독특한데 나름대로 멋진 방식인 것 같다.
* 참고 문헌: A. Lehtinen et al. (eds.)(2012), Economics for Real: Uskali Mäki and the place of truth in economics (Routledge)
(20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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