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9

존재론 같은 소리



철학하고 별 상관도 없는데 철학 같은 소리를 하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보이는 글이 있다. 자기 분야에서 할 만큼 한 다음에 이게 그 분야의 문제인지 철학적인 문제인지 경계선상에 있는 문제가 남아서 철학을 언급한 것인가? 그런 내용은 해당 분야의 전공자나 볼까 말까한 논문에서나 가끔 나온다. 철학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글인데 철학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면, 그건 개소리 해놓고 안 한 척 하려고 그러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마치, 길바닥에 똥 싸놓고 낙엽으로 덮어놓은 것과 비슷하다.

그런 글에서는 뻑 하면 존재론이 어떠니, 인식론이 어떠니, 형이상학이 어떠니 하는데, 막상 읽어보면 그런 것들하고 하나도 관련이 없다. 그런 글에서는 왜 그런 단어를 썼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왜 그러겠는가? 글을 쓰는 사람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이 있다 싶으면 존재론, 뭔가 알듯 말듯 하면 인식론, 뭐가 뭔지 모르겠으면 형이상학, 이렇게 멋있어 보이는 단어를 아무렇게나 붙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내가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을 두고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양자역학’과 ‘불확정성 원리’라는 단어를 쓰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 그냥 개소리하는 것뿐이다. 존재론 같은 소리나 하는 사람들은 내가 짬짜면이라도 시키면 중첩 상태라고 할 것이다.

연구실 옆자리에 있는 동료 대학원생이 물었다. “아니, 도대체 폭력의 존재론이 도대체 뭐예요?” 폭력의 존재론이라니, 동료 대학원생이 어디서 미친 소리를 들었나보다. 나는 그런 말을 오늘 처음 들었고 당연히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슨 말일지 느낌이 왔다. 남자의 육감이랄까. 나는 그 단어를 설명하는 대신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읊었다.

“나 깡패 아니다. 나도 적금 붓고 보험 들고 살고 있다. [...]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네가 이런 식으로 내 순정을 짓밟으면 임마 그 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





그딴 게 쥐뿔이나 무슨 존재론이겠는가? 철학 논문도 아닌데 존재론 같은 소리를 하는 글을 보면, 곽철용의 대사 같은 거 대충 써놓고 존재론이라고 우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아무데나 존재론 같은 소리나 하는 사람이 멀쩡한 글을 쓴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일 것이다.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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