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4

옆집 할머니의 조장(助長)



옆집 할머니는 우리집에 심은 작물과 같은 종류의 작물을 심기만 하면 하루에 한 번씩 어머니를 붙잡고 물어본다. 몇 주 전, 그 할머니는 호박씨를 심었는데 싹이 안 난다면서 우리집은 싹이 났냐고 물었다. 어머니가 “언제 심으셨는데요?”라고 물어보니 그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응, 어제.” 어제 심었으니 싹이 안 난 것이다. 어머니는 기다리면 싹이 난다고 하고 할머니를 돌려보냈다. 그 다음 날, 옆집 할머니는 또 어머니를 붙들고 왜 싹이 안 나는지 또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저께 심었으니 싹이 안 난 것이다.

그 다음날 할머니가 또 물어보았다. “싹이 하도 안 나서 땅을 파봤는데 싹이 안 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땅을 파지 않는 것이 좋다. 그 다음날 할머니가 또 물어보았다. “땅을 파봤는데 오늘도 싹이 안 나네?” 그렇게 옆집 할머니는 하루에 한 번씩 땅을 파서 호박씨에 땅이 나는지 확인했다. 결국 옆집 할머니가 심은 호박씨는 모두 썩어버렸고, 그 동안 우리집에서는 호박씨가 호박 모종이 되었다. 옆집 할머니가 우리집 호박 모종을 보고 하도 우는 소리를 해서 어머니가 호박 모종을 몇 개 드렸고 할머니는 만족했다.

며칠 전에 옆집 할머니가 감자를 심었는데 감자가 자라지 않는다며 우리집에 물어보았다고 한다. 감자가 안 자라는지 어떻게 아는가? 요새 그 할머니는 감자가 얼마나 자랐는지 하루에 한 번씩 땅을 파서 확인한다고 한다. 어제도 땅을 파서 감자가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해 보았는데 땅 속이 다 말라서 감자가 안 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땅을 파내니 땅 속이 마르는 것이다. 아무래도 몇 주 뒤에 감자를 몇 개 드려야 할 것 같다.

『맹자』 「공손추상」에는 송나라 사람이 작물을 심었는데 빨리 자라지 않아서 밭에 있는 모든 싹을 하나씩 위로 끌어당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예전에 그걸 읽었을 때는 옛날에 텔레비전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딱히 재미있는 일도 없으니 사람들이 그런 개뻥이나 지어냈나보다 싶었는데, 옆집 할머니를 보니 옛날 옛적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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