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와 잡초가 싸우면,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한, 잡초가 이긴다. 잡초는 잔디보다 더 빨리 싹 트고 더 많이 자라고 더 멀리 퍼진다. 사람이 잡초를 뽑지 않으면 잡초가 잔디밭을 조금씩 먹어 들어가다 결국 풀밭이 된다.
잔디와 잡초의 싸움은 매년 이어진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잔디의 주적이 매년 다르다는 점이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해마다 유행하는(?) 잡초가 다르다. 몇 년 전부터 봄마다 쇠비름이 그렇게 자라더니 올해는 거의 없다.
올해는 처음 보는 풀이 마당에 났다. 높게 자라지도 않고 바닥에 붙어 자라는데 이파리도 동글동글하고 줄기에 가시도 없고 엄지손톱의 반의 반 정도 되는 파란 꽃이 잔뜩 달린 풀이다. 분명히 잡초가 맞지만, 잡초 치고는 작고 예뻐서 손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 어머니는 잡초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잡초 치고 예쁘니 조금 더 보다가 꽃이 지면 그때 다 뽑자고 했다. 키가 작은 만큼 뿌리도 깊지 않아 제거하는 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잡초에 난 꽃 때문에 벌들도 날아왔다. 동네 양봉장에서 날아온 꿀벌들이 꽃에서 꿀을 얻으려고 땅바닥에 다닥다닥 달라붙어있었다. 말벌이나 무섭지 꿀벌은 작고 귀엽다. 꽃에 달라붙은 꿀벌을 보면서, 꽃만 지면 풀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꽃이 지지 않았다. 꽃이 오랫동안 피어있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한데 그러기에는 너무 오래 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래 피었다. 그렇게 처음 보는 풀이 잔디밭을 먹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마당에 나올 때마다 몇 줌씩 풀을 뽑는데도 풀이 줄어들지 않는다. ‘진작 다 없앨 걸’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꽃을 봤으니 됐다’ 싶은 마음이 든다.
어머니가 다니는 탁구장의 회원이 카카오톡으로 어머니한테 들꽃 사진을 보냈다고 한다. 산책하는 데 길가에 온통 들꽃이 깔려있어서 예쁘다고 사진을 찍어 보낸 것이다. 우리집 잔디밭을 잡아먹고 있는 그 풀이다. 어머니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예쁜 꽃이네요. 그런데 그 풀이 저희 집에서 잔디밭을 잡아먹고 있어서 저는 그 풀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202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