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몇 년 전에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14년 만에 작고를 하셨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이 웃기기는 하지만, 비난받을 정도의 말실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긴장하거나 피곤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하면 말이 헛나올 수 있다.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비하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황교안의 말실수를 보면서, 혹시 그것이 실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도 오래 전에 들어서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최불암 시리즈> 중에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매년 금연을 약속하는 최불암이 올해도 또 금연을 다짐했다. 김혜자가 최불암의 금연 다짐을 믿지 않고 콧방귀를 뀌자, 최불암은 결연한 각오를 보여주기 위해 집에 있던 누렁이를 가리키며 공언했다. “내가 올해도 담배를 못 끊으면 개 아들이다!” 며칠 뒤 김혜자는 최불암이 개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을 목격한다. 최불암은 개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저 왔어요.”
혹시 황교안에게도 말 못할 사연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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