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는 교회 다니는 신자들만 포섭하는 것이 아니고 목사나 장로를 포섭해서 교회를 아예 통째로 접수한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신천지에서 목사나 장로를 포섭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교회가 통째로 넘어갈까? 담임 목사가 신천지에 감염될 때 부목사는 뭐 하고 있었으며, 장로 한 명이 감염될 때 나머지 장로들, 집사들, 권사들은 뭐 하고 있었길래 교회가 넘어간단 말인가. 3당 합당 때 김영삼이 넘어갈 때 부산-경남 넘어가듯 교회도 비슷하게 넘어가는 건가? 그래도 이해는 안 간다. 널린 게 교회인데 옆 교회나 옆옆 교회를 가면 되지 왜 나머지 신도들은 순순히 신천지 교회를 다니는가? 교회에 침투하는 신천지 사람들을 ‘추수꾼’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그들은 밭떼기를 하는 것인가?
오전 예배 보고 나서 목사님하고 대화하다가 그러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목사님은 친한 목사님 중에 신천지에게 교회를 빼앗긴 분이 있어서 교회가 신천지에 넘어가는 과정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안다고 하셨다. 우선, 목사가 신천지에 넘어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매우 낮다고 한다. 일단, 대부분의 목사들은 정상적인 신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에 이상한 교리에 노출된다고 해도 거기에 넘어갈 가능성이 낮고, 또 목사들끼리 수시로 공부 모임 등 모임을 가지기 때문에 신천지가 침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목사가 신천지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교회를 통째로 신천지에 넘어가는가? 단번에 목사나 직급 높은 사람들이 신천지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추수꾼들을 교회에 몇 명 보내본다고 한다. 그렇게 보낸 사람들이 교회에 정착하면 분위기 봐서 몇 명 더 보낸다. 그렇게 몇 명씩 계속 보내서 교회 내 신천지 사람들의 숫자를 늘린다. 교회에서 신천지 사람들의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추수꾼들은 그렇게 교회 일을 열심히 하고 사교적이어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신앙심이 깊은 사람인 줄 안다고 한다. 그렇게 교회에서 신천지 신자들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기존에 다니던 신자들을 포섭하고 교회에서 분란을 일으키다가 교회를 접수할 임계치가 넘어가면 목사를 내쫓고 신천지 목사를 데려온다고 한다. 그렇게 벽돌 한 장 안 쌓고 멀쩡한 교회 하나를 낼름 먹는 것이다. 그렇게 접수하면 또 다른 교회로 추수꾼들을 보내기 시작한다.
나는 목사님 이야기를 듣고,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싶었다. 15년 전쯤에 어느 진보정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이런 사례들을 모아 보면, 조직 침투 및 접수에 관한 일반 모형 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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