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8

글로벌 리더



버스 타고 신림역 가는데 버스 옆으로 어느 학원 승합차가 지나갔다. 승합차 옆에는 “글로벌 리더 청소년 진로진학캠프” 어쩌고 하는 광고 문구가 써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글로벌 리더’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꿈을 크게 꾸는 것은 좋은 일일 수 있지만 “글로벌 리더”라는 말이 너무 남사스러운 건 아닌지. 취업이 안 되어서 9급 공무원 같은 로컬 팔로워가 되려고 환장하는 판국인데 글로벌 리더라니.

그런데 주변 대학생들이 입은 과 잠바에는 아예 영어로 “Global Leader”라고 써있다. 좋은 학교 다니는 학생들이니까 저들 중에 글로벌 리더가 정말 나올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등짝에 저렇게 대놓고 쓰는 것은 동아시아 감수성에 안 맞는 것 같다. 사실, 다른 나라 감수성에 맞을지도 의문이다.

하버드대 철학과 학생들이 등짝에 “철학 유망주”라고 써붙이고 다닌다고 하자. 아무리 하버드대 학생이고 그들 중 정말 철학사를 바꿀 사람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 같다. 아닌가? 안 이상한가? MIT 학생들이 “곧 노벨상 받을 사람”이라고 등짝에 써붙이고 다녀도 이상할 것 같다. 아닌가? 안 이상한가? 내 눈에만 이상한가?

(20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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