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5

계명구도 이야기는 실제로 가능했을까?



사마천 『사기』 권75 「맹상군열전」에는 계명구도 이야기가 나온다. 소양왕의 초청을 받아 진나라로 들어간 맹상군이 죽을 위험에 처했으나 개를 흉내 내는 식객과 닭소리를 흉내 내는 식객 덕분에 함곡관을 탈출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맹상군열전」에 따르면, 그 당시 진나라의 관문은 닭이 울어야 사람들을 통행시켰다고 한다. 관문이 닫혀있어서 맹상군 일행이 진나라 군사들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했을 때, 맹상군의 식객 중 닭 우는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 나섰다. 그 식객이 닭 우는 소리를 내자 관문 근처의 닭들이 그 소리를 듣고 일제히 따라 울었고, 관문을 지키는 병사는 닭 울음소리를 듣고 관문을 열었다. 그 틈에 맹상군 일행은 관문 밖으로 나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당시 진나라는 관문을 여는 시각의 기준이 닭 울음소리였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닭 울음소리가 마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인 것처럼 묘사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우는 때가 따로 정해진 것도 아니다. 어떨 때는 오밤중에도 울고 어떨 때는 해가 떠도 울지 않는다. 닭이 울기 시작하는 때가 일정하지 않으니, 닭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관문을 연다면 관문이 일정한 시간에 열리지 않게 될 것이다. 닭 울음소리 말고 시간을 측정하는 별도의 장치를 이용했을 것 같지만, 내가 고대 중국 과학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그 이상을 말할 수는 없다.

둘째, 사람이 닭 울음소리를 잘 흉내 내면 다른 닭들이 따라 울게 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개그맨 배동성은 여러 번 사기당해 20억 원이 넘는 돈을 사기로 날렸다. 그 중에는 러시아 원유 사업 관련 투자사기도 있었다. 어느 날은 배동성이 유전개발회사 회장과 골프를 치러갔는데 그 자리에서 회장에 대한 신뢰감이 커지는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배동성은 이렇게 말한다.

“그 회장하고 골프를 쳤어요. 더 신뢰가 갔던 거가, 그런 건 처음 봤는데요, 골프를 치면서 이 근처에 있는 뻐꾸기들을 다 깨워보겠대요. ‘아니, 회장님, 어떻게 뻐꾸기를 깨워요?’ 그 분이 진짜로 ‘뻐-꾹, 뻐-꾹’ 하니까 이 산 저 산 앞산 뒷산에서 모든 뻐꾸기들이 ‘뻐-꾹, 뻐-꾹’ 하는 거예요.”











뻐꾸기와 원유 개발 사업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배동성의 일화는 사람이 실제 새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흉내 낼 경우 새들이 따라서 울게 만들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진나라 함곡관이 정말 닭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관문을 열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배동성의 일화를 참고해본다면, 맹상군의 식객 중에 닭 울음소리를 정말 잘 내는 사람이었다면 관문 근처 닭들이 따라 울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 링크: [MBC] 세바퀴 2013-03-30_#04

( www.youtube.com/watch?v=mRmrnnNDmHo )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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