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떤 것을 검색하다가, 피터 머캐머(Peter Machamer)가 갈릴레오 연구서를 편집했다는 것을 알고 약간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머캐머는 과학철학에서 메커니즘 연구로 잘 나가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갈릴레오 연구도 한단 말인가? 동명이인인가 싶어서 찾아보았는데 갈릴레오 연구서를 편집한 머캐머는 내가 아는 그 머캐머와 동일 인물이다. 외국에서는 이렇게도 하는구나 싶었다. 과학철학 하나만 잘 하기도 힘든데 과학사까지 잘 한다니. 외국에는 사람이 많으니 뛰어난 사람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외국에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것 이상의 함축을 가진다.
몇몇 과학철학 전공자들은 가끔 반-농담 반-진담으로 “왜 과학사 논문에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없느냐?”고 한다. 내가 과학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과학사 수업에서 다루는 논문에만 한정한다면 전공자들의 이야기가 대충은 맞는 것 같다. 적어도 과학사 수업에서 다루는 논문들은 과학철학에서 하는 논의가 실제로도 그런지 어떤지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래이(K. Brad Wray)의 2010년 논문인 “Philosophy of Science: What are the Key Journals in the Field?”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래이는 과학철학에서 핵심적인 학술지를 확인하려고 안내서(companion) 두 권과 선집(reader) 한 권에 수록된 논문들의 참고 문헌을 조사했다. 과학철학 논문에서 가장 자주 인용된 학술지는 <Philosophy of Science>, <British Journal for the Philosophy of Science>, <Journal of Philosophy>, <Synthese>, <Erkenntnis>,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인데, 이 중에서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만 유일하게 과학사와 과학철학 학술지이고 나머지는 모두 철학 학술지이다. 과학사 분야의 주요 학술지인 <Isis>는 안내서 두 권과 선집 한 권에서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를 보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철학 하는 사람들은 과학사 사례를 어디서 구하나요?” 그러게나 말이다. 래이의 논문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와 관련된 다른 논문이 있을 수는 있는데 아직 못 찾았다. 머캐머의 행적으로 보아 과학철학에 필요한 과학사 연구 중 일부는 과학철학자들이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머캐머가 편집한 갈릴레오 연구서 관련 링크를 대학원생 단체카톡방에 올리면서 이렇게 글을 썼다. “메커니즘의 그 피터 머캐머가 이런 책도 편집했네요. 혹시나 동명이인인가 해서 찾아보았는데 그 머캐머 맞습니다.” 동료 대학원생이 답글을 달았다. “머캐머는 다 잘하네요.” 그 답글에 나는 짧게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 링크: The Cambridge Companion to Galileo
( www.cambridge.org/core/books/cambridge-companion-to-galileo/667AEBEAC408146DEA40C164A8AC02EE )
(202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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