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7

옛날에는 왜 그렇게 바람둥이가 많았나

내가 다니는 교회의 어떤 권사님은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 일을 하신다. 오전예배 보고 점심 먹을 때 권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얼마 전에 어떤 어르신이 임종을 하셨어요. 그 때 딸이 와서 손을 꼭 붙들고 자기 아버지한테 이야기를 하는데, 임종할 때 웃으면 안 되는데 어찌나 웃긴지 웃음 참느라 혼났어요. 딸이 이러는 거야. ‘아빠, 엄마가 거기(천국) 먼저 가 있으니까 겁내지 말고 편하게 가. 그런데 거기 가면 젊고 예쁜 여자들이 그렇게 많대. 그 여자들하고 재미있게 놀고 조금 이따가 엄마도 만나.’ 내가 어르신들 임종을 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그렇게 작별인사 하는 건 처음 봤네.”

할아버지가 젊어서 부인 속을 많이 썩였던 모양이다.

옛날 남자들 중에는 왜 그렇게 백수건달, 한량, 노름꾼, 바람둥이, 방랑자가 많았나 모르겠다. 어른들의 옛날 이야기만 듣고 보면, 남녀의 성 역할이라든지 성별 분업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놀고먹고 계집질하고 돈 써없애는 약탈자에 가까운 남자들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전-근대 시기 한국 남성들에게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친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동네 이장들은 많이 해먹기도 했지만 계집질하느라 돈을 더 많이 써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았고, 동네 이장들은 죄다 바람피우고 두 집 살림했다고 한다. 옆집 할아버지만 해도 그렇다. 옆집 할아버지가 이장할 때 바람을 피워서 그 집 할머니가 농약 먹고 죽으려다가 생각을 바꿔서 바람피운 여자네 집을 찾아가서 다 때려 부수었다고 한다. 불과 박정희 때도 그랬다는 것이다.

권사님의 이야기를 들은 집사님은 친정아버지 이야기를 하셨다. 그렇게 멋쟁이인데 또 그렇게 바람을 피웠다고 한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얼마 되지 않아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서 집사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고 한다. 꿈에서 집사님은 “내가 왜 아버지를 따라가냐”면서 화를 냈고 딸이 따라오지 않자 친정아버지는 “잘 했다”고 하고는 편안한 모습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친정아버지는 살아있을 때처럼 두루마기를 멋지게 입고 있었는데 그 옆에 처음 본 할머니가 있었다고 한다. 집사님이 꿈 이야기를 친정어머니한테 말하자, 친정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 그새를 못 참고 또…….”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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