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3

이상형이란 무엇인가?



교회에서 사모님이 이상형을 물어보셔서 나는 “예쁘고 똑똑한 여자”라고 답했다. 사모님은 예쁜 것과 똑똑한 것 중 어느 것이 중요하냐고 물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예쁘고 안 똑똑한 여자를 좋아할 때는 ‘사람이 그렇게 똑똑할 필요는 없지. 호모 사피엔스가 언제부터 책 읽고 살았다고’ 하는 생각을 했고, 안 예쁘고 똑똑한 여자를 좋아할 때는 ‘아, 내가 저 여자를 좋아하나 보네. 예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데도 이렇게 좋으니’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둘 다 중요한 것 같은데 극단적인 두 가지 경우 중 어느 것이 더 나은 경우인지 잘 모르겠네요” 하고 말끝을 흐리자, 사모님은 “남자들은 젊었을 때 다 예쁜 여자를 찾아요”라고 했다. 나는 예쁜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집사님은 “예쁜데 어리면 더 좋죠? 그런데 얼굴 예쁜 것은 한때예요”라고 말했다. 좋은 말씀이기는 한데, 그 한때라는 것이 그렇게 짧은 기간은 아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미모가 상하는 것은 맞지만 젊었을 때보다 안 예쁘다는 것이지 미모가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한국의 웬만한 주택 수명보다 미모의 지속 기간이 길다. 외모가 사람의 전부는 아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다.

어떤 여자가 이상형이냐는 물음에 “예쁘고 똑똑한 여자”라고 답하면, 그렇게 나는 예쁜 여자나 밝히는 놈이 된다. 분명히 “예쁘고”에 “똑똑한”을 덧붙였는데도 그런다. 남들이 나의 이상형을 물었다면, 나는 남들이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예쁨’과 ‘똑똑함’뿐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가능한 사회성 정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이해할 만한 이상형의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형을 몇 개 들어보았는데 죄다 이상하다.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의견이 있다. 예쁘면 웃는 모습도 예쁘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응원해주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의견도 있다. 애정결핍인가. 내가 벼랑으로 가고 있으면 말려야지 멍청하게 응원이나 하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미취학 아동도 아니고 어른이 되어서 애인한테 응원이나 바라는 심리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믿음이 가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의견도 있다. 원래 사기꾼들이 더 믿음을 준다. 믿음을 주니까 사기를 칠 수 있는 것이다. 연예인 누구누구 같은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게 제일 말 같지 않다. 이렇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다 걷어내면 결국 ‘예쁨’과 ‘똑똑함’이 남는다. 물론, ‘예쁨’과 ‘똑똑함’ 이외에도 중요한 요소가 많을 수도 있지만 그건 만난 다음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만나기 전에 가늠할 수 있는 요소는 결국 ‘예쁨’과 ‘똑똑함’뿐이다.

도대체 이상형이란 무엇인가?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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