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스콧 애덤스는 『열정은 쓰레기다』라는 책에서 열정을 믿지 말라고 조언한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열정 있는 사람들 중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이 간혹 나오지만 대부분은 실패해서 우리에게 조언할 기회도 없었다는 점, 둘째, 성공한 소수의 사람들이 성공 비결을 말할 때 자기가 잘나서 성공한 것을 겸손하게 이야기하려고 열정을 언급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셋째, 열정은 재능을 나타내는 단순한 지표일 뿐이며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 때 따르는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첫 번째 근거는 관찰에 기반한다. 누구나 주변에 재능은 없지만 열정만은 대단해서 열정을 불태우고 쫄닥 망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열정을 과시하지 못한다. 두 번째 근거는 추측에 기반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재능이 있는 것을 알지만 재수 없어 보일까봐 섣불리 재능을 과시하지 못한다. 세 번째는 개인 경험에 기반한다. 스콧 애덤스는 자신의 실패담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잘 풀리는 일에 열정적이기는 쉽다. 이 때문에 열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왜곡된 것이다. 이 때까지 나는 벤처사업을 수십 가지쯤 해봤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흥분했다. [...] 하지만 대부분은 잘 풀리지 않았고 실패할 때마다 나의 열정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잘 풀린 경우가 몇 번은 있었는데 그 때마다 나는 열광에 가까운 흥분 상태에 놓이고는 했다.”
스콧 애덤스는 만화를 그리기 전에 은행에 다녔다. 애덤스는 시절의 상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내가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은행에서 대출 담당자로 일하던 시절, 나의 상사는 열정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대출을 해주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 예를 들어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스포츠용품점을 시작하려는 스포츠광에게 대출을 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잘못된 이유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30년차 은행원이었던 그 상사는, 최고의 고객은 열정 따위와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가치 있는 것’을 위해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이라고 했다. 세탁소나 프랜차이즈 음식점처럼 따분한 일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말이다. 다시 말해 자기 일을 사랑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를 제대로 파고드는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자, 어느 쪽인가? 열정은 성공을 이끄는 유용한 도구인가, 아니면 당신을 비합리적으로 만들 뿐인가? (26쪽)
열정을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으라는 사람과 열정을 믿지 말고 객관적으로 가치 있는 것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사람, 둘 중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아무래도, 자기계발서 같은 책이나 쓰는 사람의 말을 믿는 것보다는. 은행에서 일하던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것 같다.
* 참고 문헌: 스콧 애덤스, 『열정은 쓰레기다』, 고유라 옮김 (더퀘스트, 2015).
(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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