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4

플라톤 대화편으로 힙합을 한다면

   
학부 교양수업 조교 일 때문에 <에우티프론>을 읽다가, 힙합하는 사람들이 쓸 수도 있겠다 싶은 문구를 찾았다. <에우티프론>의 주제는 경건함이니까 경건함을 주제로 하는 곡의 후렴구로 쓰면 되겠다.

내가 뽑은 문구가 곡에 들어간다면 두 가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곡의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가수의 실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플라톤 대화편에서 가사를 뽑아올 수 있을 정도로 교양 있음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 안부 같은 것은 그만 묻고, 돈 자랑도 적당히 좀 하고, 이제는 경건함 같은 것으로도 곡을 쓸 법하지 않나 싶다.
  
  
그것이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보이게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것이 보이기 때문에 그것은 보이는 것이오.
그것이 이끌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이끌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이끌리기 때문에 그것은 이끌리는 것이오.
또한 그것이 운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운반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운반되기 때문에 그것은 운반되는 것이오.
[...]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오.
만약에 어떤 것이 생성되거나 무엇을 겪는다면,
그것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생성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생성되기 때문에 그것은 생성되는 것이오.
또한 그것이 겪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겪게 되는 게 아니라,
그것이 겪기 때문에 그것은 겪는 것이오.(57-58쪽)
  
하지만 보시오, 에우티프론!
만약에 신들의 사랑을 받는 것과 경건한 것이 동일한 것이라면,
그래서 경건한 것이 사랑받는 게 경건하기 때문이라면,
신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사랑받게 되는 것도 신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기 때문일 테지만,
신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신들의 사랑을 받는 것인 건 신들한테서 사랑을 받기 때문이라면,
경건한 것이 경건한 것도 사랑받음 때문일 것이오.
그렇지만 그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르기에,
그와는 반대임을 지금 당신을 알아차리고 있소.(59-60쪽)
  
  
* 출처: 플라톤,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박종현 옮김 (서광사, 2003).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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