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이의 새끼가 지난주에 새끼를 낳았다. 화천이 말고 다른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적은 여러 번 있었다. 화천이의 다른 새끼가 새끼를 낳은 적도 있었고 노란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천이 반응이 예전과 조금 다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졌고 집에서 안 자고 다른 곳에서 잔다. 화천이가 겉도는 느낌이다. 이유를 모르겠다. 화천이가 구박받은 것도 아니고 새끼와 싸워서 밀려난 것도 아니다. 밥도 달라는 대로 준다. 화천이 새끼가 새끼 낳았다고 특별히 더 챙겨주지도 않았다.
화천이는 아침 일찍 집을 나가서 밤늦도록 집에 잘 안 들어온다. 낮에만 잠깐 들어왔다가 어디로 사라진다. 마침 일요일 낮에 화천이가 마당에 있었다. 어머니가 화천이를 부르는데도 화천이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못 들은 체 했다. 어머니가 끌어안고 화천이를 쓰다듬어도 화천이가 딱히 반가운 체 하지 않고 딴 데 보고 딴청을 피웠다.
나는 화천이 새끼가 있는 집 옆에 화천이 집을 새로 만들었다. 화천이와 화천이 새끼가 둘이서 살던 집에 화천이 새끼가 새끼를 낳아서 밀려난 건가 싶어서 그랬다. 밤에 화천이가 들어와 있나 하고 봤더니 새로 만든 화천이 집에 화천이 새끼가 들어가 있었다. 원래 있던 집에는 자기가 낳은 새끼들을 두고 새로 만든 집에 떡 하니 화천이 새끼가 혼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화천이 집에서 화천이 새끼를 쫓아냈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 자기 집에서 새끼나 돌볼 것이지 어디 남의 집을 넘봐, 하고 쫓아냈다. 그래도 화천이는 어디 갔는지 밤늦도록 집에 오지 않았다.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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