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강연료 논란 때문에 유명 인사들의 강연료를 알게 되었다. 90분 강연에 김제동은 1550만 원을 받고, 혜민 스님은 500-60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예전에 김정운 교수가 하루에 강연 두세 번 하고 2-3천만 원씩 벌었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던 모양이다.
나는 김제동이 90분 강연하고 1550만 원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제동은 목수의 망치와 재판장의 망치가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망치가 하는 일이 다르므로 당연히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하고, 같은 일을 하는 망치라고 해도 생산성이 다르면 그에 걸맞게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 불러주는 곳이 많은 사람의 강연료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김제동 토크 콘서트> 한 좌석의 가격이 8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솔직히, 사람들이 왜 그 돈을 주고 <김제동 토크 콘서트>에 가는지 이해는 안 간다. 그건 그거고, 그 가격에도 <김제동 토크 콘서트>가 붐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제동의 강연료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김제동에게 강연료로 1550만 원을 지불하는 경우, 김제동의 강연을 듣는 지역 주민이 200명이 넘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그렇게 손해 보는 것도 아니다. 지역 주민이 1천 명쯤 김제동 강연을 듣는다면 본전을 뽑는다고 볼 수 있다. 대형 콘서트는 대도시에서나 열리므로, 멀리 떨어진 낙후된 동네라면 주민들의 효용은 더 클 것이다.
문제는 김제동이 강연료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강연이 “교육 격차 해소”를 명목으로 세금을 들인 강연이라는 점이다. 김제동 강연이 교육 격차 해소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차라리 대학입시 전문가를 모셔서 강연한다면 또 모르겠다. 교육 격차 해소한다면서 엉뚱한 사람을 불러서 강연시키면, 정작 필요한 교육 관련 사업에는 예산을 못 쓰게 된다. 백번 양보해서 산골 오지나 외딴 바닷가에서 김제동을 불렀다면 주민 복지 차원에서 그랬나보다 할 텐데, 김제동을 연사로 초청한 곳은 대전 대덕구다. <김제동 토크 콘서트>는 대전에서도 한다.
내가 아는 철학 박사는 고등학교에서 90분짜리 강의하고 30만 원을 받는다. 혜민 스님 한 번 부를 돈이면 그런 박사를 스무 명 부를 수 있고, 김제동 한 번 부를 돈이면 약 50명 부를 수 있다. 대전 대덕구에서 김제동 한 번 부를 돈으로 인근 대학의 시간 강사를 불러 강연을 맡긴다면 1년 동안 설날, 추석 빼고 매주 특강을 한 개씩 열 수 있다. 대전에는 카이스트도 있고 충남대도 있다. 김제동 한 번 부를 돈으로 시간강사 50명을 부르는 것이 청소년에게도 좋고 시간강사들에게도 좋고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들어가는 돈은 세금이고, 유명 강사들은 부르는 것이 무명 강사를 찾는 것보다 쉽고, 유명한 사람이 온다고 해야 홍보하기도 쉽고, 일하기도 쉽고 소문도 많이 나고 티도 많이 나기 때문이다.
김제동 강연료 논란 덕분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엉뚱한 사업명을 걸고 관련 없는 곳에 예산을 사용하는 사례 중 하나가 드러났다. “대전 동서간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면서 부르는 사람이 김제동이고 혜민 스님인데, 이런 사업이 <혁신지구교육사업>이고 정부 공모사업이다. 그런 사람들을 불러서 해소될 교육격차라면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만 봐도 해소될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얼마나 허술하게 사업을 운용하고 예산을 집행하는지는 보도하지 않고 김제동이 강연료 많이 받는다고만 선동한다. 그 사업에 김제동을 부른 것이 부적절한 것이지 김제동이 그 정도 강연료를 받는 것이 부적절한 것은 아닌데, 언론들이 김제동 강연료 같은 소리나 해서 사람들이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 링크: [한국경제] 김제동 강연료 논란, 90분에 1550만원? “월급도 겨우 주는데”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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