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4

한국의 입시 정책 논의 - 애초부터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기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줄 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자원 배분에 관심이 있을 뿐이며, 정확히는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자원이 배분되기를 바랄 뿐이다.

대학에서 수능으로 학생을 뽑을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을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자. 많은 사람들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떤 제도를 채택해야 어느 동네 사람들이 대학을 더 잘 가느냐, 재수생이 유리하느냐 고3이 유리하느냐, 사교육비 증감을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밖에 없다. 평가 방식에 따라 중등교육 과정이 어떻게 바뀌고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제공하게 될지 같은 것은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애초부터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는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누가 좋은 대학에 가서 많은 소득과 높은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느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런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천박하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소득과 사회적 지위 같은 이야기는 빼고 대학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열이라고 부르는 것은 교육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일종의 자원 배분 방식에 대한 관심에 불과하다.

그러면 한국 사회의 소득 격차를 줄이면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공부 능력이 있으면 대학에 가고 그런 능력이 없으면 다른 능력을 살려서 먹고 살면 되는데 이것을 가로막는 것은 소득 격차니까 소득 격차를 줄이면 똑똑하지도 않은 자식한테 사교육비를 쓸 필요도 없어질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도 않다. 소득 격차 줄이자고 하면 빨갱이다. 내 자식이 좋은 대학 갈지도 모르는데, 좋은 대학은 아니더라도 후진 대학은 안 갈 건데, 어떻게 대학교 졸업한 사람이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과 비슷한 소득을 얻는단 말인가. 절대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고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언급되는 공정성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퍽이나 정의로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남보다 더 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남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자랑하면서 더 먹으려고 미리 침 발라놓는 것이다. 내 말이 의심스럽다면 주변에서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주장하는 사람 중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같은 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찾아보면 될 것이다.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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