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8

호메오박스



각 종마다 몸의 각 부분이 붙어있는 순서가 있다. 인간은 머리-목-가슴-허리-다리로 구성되고 오징어나 문어 같은 두족류는 몸통-머리-다리로 구성된다. 왜 몸의 각 부분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붙어있는 것인가?

미국의 유전학자 에드워드 루이스(Edward Lewis)는 1940년대부터 초파리의 체절 형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연구했다. 1980년 독일의 생물학자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 폴하르트(Christiane Nüsslein-Volhard)와 미국의 발달생물학자 에릭 F. 비샤우스(Eric Wieschaus)는 초파리의 몸이 머리, 가슴, 배의 순서로 구성되는 것은 유전자 2만여 개 중 15개가 특별히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Nature)에 게재했고, 에드워드 루이스(Edward B. Lewis)는 이를 토대로 초파리 실험을 진행하여 신체 각 부위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이 이미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혹스 유전자’(hox gene)가 발견된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은 199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혹스’는 호메오박스(homeobox)의 줄임말이다. 호메오박스는 180개 염기쌍으로 구성된 특정 DNA 서열로, DNA에서 RNA가 만들어지는 전사 과정에서 신체가 특정 순서와 형태로 발생하도록 작용한다. 쉽게 말하자면, 호메오박스는 초파리의 모든 세포에서 전사 과정의 스위치를 정교하게 작동시켜서 세포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스터 스위치 역할을 한다.

호메오박스가 초파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쥐나 인간 같은 척추동물에게서도 호메오박스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초파리의 발생 과정에서 배아의 전후 축을 결정하는 염기서열은 포유류의 척추와 골격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에도 같은 형태로 보전되어있음이 밝혀졌다. 유사한 염기서열이 계통적으로 동떨어진 종에서도 매우 유사한 기능을 하게끔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파리의 호메오박스를 생쥐 배아에 이식하면 원래 생쥐 호메오박스가 하는 역할을 동일하게 수행한다. 초파리에서 발견된 아이리스 유전자, 사람에게서 발견된 아니리디아 유전자, 쥐에게서 발견된 스몰아이 유전자를 묶어서 팍스6 유전자라고 하는데, 팍스6 유전자는 동물의 눈 발생에 관여한다. 인간의 팍스6 유전자를 눈 없는 초파리에게 이식하면 눈이 생기고 초파리 배에 넣으면 배에 눈이 생긴다.

이러한 일은 팍스6 유전자가 배아 발생의 꼭대기에서 미분화된 세포의 운명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팍스6 유전자를 발견하는 데 공헌을 한 스위스의 발생학자 윌리엄 게링(William Gehring)은 이런 유형의 유전자를 ‘마스터 조절 유전자’(master control genes)라고 명명했다. 마스터 조절 유전자에는 심장 발생에 관여하는 틴먼 유전자, 다리 발생에 관여하는 디스탈리스 유전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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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1시 우정교회

- 나: “[...] 그러니까 <창세기>에 뱀에게 다리가 있었으나 하와를 유혹하여 죄를 범하게 한 뒤 저주를 받아 다리를 잃고 배로 기어 다니게 되었다고 한 것은 하나님이 뱀의 혹스 유전자를 조작했다는 것이지요.”

- 목사님: “아, 〇〇 형제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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