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4

진정한 친구



옛날 어느 마을에 부자가 살았다. 부자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은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며 친구들을 대접하느라 돈 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부자는, 어느 날 아들을 불러놓고 타일렀다. 부자는 아들 친구들이 아들의 돈 씀씀이만 보고 꼬이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고, 아들은 자기 친구들이 모두 진실되며 우정이 깊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자는 아들 친구들의 우정을 시험해보자고 제안했고 아들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날 밤 부자는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자루에 넣었다. 밤이 깊어지자 부자는 돼지를 담은 자루를 둘러메고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맨 먼저 아들과 가장 친하다는 집으로 갔다. 아들은 친구 집의 대문을 두드렸다. 친구가 얼굴을 내밀자 아들은 부자가 시킨 대로 말했다.

“이보게, 나 좀 도와주게. 실수로 사람을 죽였네. 제발 나 좀 도와주게.”

“뭐라고? 이거 왜 이러나? 나는 그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내 집에서 냉큼 사라지게.”

“이보게, 우리는 친구 아닌가. 자네가 좀 도와주게.”

“나는 살인자를 친구로 둔 적은 없네.”

아들의 친구는 냉랭하게 거절했다. 아들은 몇몇 친구들의 집을 더 찾았으나, 모두 문전박대 당하였다. 친구 중에는 관가에 고발하겠다고 호통 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에 두 사람은 부자의 친구를 찾아갔다. 문을 두드리자 부자의 친구가 나왔다.

“아니, 이 밤중에 웬일인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가?”

“큰일 났네. 내가 실수로 사람을 죽였네. 염치없지만 이렇게 자네의 도움을 받으러 왔네.”

“자네가 어쩌다가.... 아무튼 어서 들어오게. 너무 걱정하지 말게. 함께 좋은 방법을 찾아보세.”

두 사람은 친구의 집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으면 날이 샐 것이니, 이 시체를 지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야. 그러니, 당분간 창고에 숨겨두고. 자네는 새 옷으로 갈아입게나.”

“하하하하, 미안하네. 그 거적에 쌓인 것은 시체가 아니라 돼지고기라네. 내가 돼지 한 마리 잡아 왔네.”

“뭐? 에잇, 짓궂은 친구 같으니!”

“내가 아들에게 우리의 우정을 본보기로 보여 주고 싶었네. 우리 돼지고기를 안주 삼아서 술이나 한 잔 하세.”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날이 새도록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담을 나누었다.

부자의 친구에게도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자기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가 우정을 확인하는 것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와, 우리집은 큰일 났네. 아버지 친구가 살인하고 숨겨달라고 하면 아버지가 저렇게 숨겨줄 판이니...’

* 참고 문헌

『한국구비문학대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펴냄.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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