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1

오랜만에 우리집에 온 누런 수컷 고양이



봄이 멀지 않은지, 동네 수컷 고양이가 암컷 고양이를 찾아 우리집에 기웃거린다. 작년까지 동네를 주름잡던 회색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누런 수컷 고양이가 우리집에 기웃거린다. 우리집에 사는 눈노란놈도 정신이 반쯤 나갔다.

눈노란놈은 덩치는 큰데 겁이 많다. 꼭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자 같다. 작년에 회색 고양이가 우리집 대문 안으로 들어왔을 때 눈노란놈은 겁에 질려서 우리집 실내로 뛰어 들어오기도 했다. 밖이 하도 시끄러워서 내가 현관문 밖으로 나가면 우리집에서 눈노란놈을 위협하던 고양이는 나를 보고 도망간다. 내가 그렇게 다른 고양이를 쫓아주면 눈노란놈은 자기 분수를 알고 현관문 앞에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데 괜히 그 고양이를 쫓아가서 몇 대 맞고 온다.

작년에 온 회색 고양이는 나만 보면 멀리 도망갔는데 이번에 온 누런 고양이는 나를 봐도 곧바로 피하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어느 날은 누런 고양이가 대문 안쪽 시멘트 바닥에 여유 있게 반쯤 누워있었다. 내가 현관문을 나섰을 때 누런 고양이는 도망치지 않고 낮은 소리로 “아옹-- 오옹--” 하고 나를 불렀다. 나도 그 소리에 맞추어 “아옹-- 오옹--”이라고 했고 누런 고양이도 또 “아옹-- 오옹--”이라고 했다. 몇 번 그러고 나서 나는 알았다. 누런 고양이는 원래 우리집에 살았던 것이다. 우리집에 살던 누런 고양이 중에 저 정도로 덩치가 큰 놈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무엇을 먹고 저렇게 덩치가 커졌나 모르겠다. 개밥이라도 훔쳐 먹고 덩치를 키운 것인가. 누런 고양이는 마당 건너편에서 나를 부르기는 했지만 내 근처로는 오지 않았다. 근처에 왔으면 사료라도 한 줌 주었을 텐데 오지는 않았다.

저녁 먹고 고양이들 밥 주려고 현관문 앞에 나오자, 화천이와 화천이 새끼와 노란 고양이가 내 앞에 모였다. 노란 고양이의 야생동물 같은 새끼들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밥을 주니까 내 근처에 있던 세 고양이가 먹기 시작했고 노란 고양이의 새끼들도 한 발자국씩 오더니 결국 다 같이 밥을 먹었다. 그 때 갑자기 고양이집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를 내며 어떤 고양이가 튀어나와 대문 밖으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그 누런 수컷 고양이였다. 내가 오냐 오냐 했더니 현관문 앞에 있는 고양이집을 자기 집처럼 쓰고 있었다. 원래 자기 자리였다 이건가? 누런 고양이가 도망치자 대문 밖에 있던 눈노란놈이 곧바로 집으로 들어왔다. 누런 고양이가 고양이집을 차지하자 겁 많은 눈 노란 놈은 무서워서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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