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사는 고양이들에게는 각자 자기 밥그릇이 있다. 고양이 마릿수보다 밥그릇 수가 적으면 힘센 놈이 밥그릇에 머리를 들이밀고 혼자 밥을 다 먹어서 마릿수에 밥그릇 수를 맞춘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 마릿수만큼 밥그릇을 가져다 놓았는데도 고양이들은 남의 밥을 빼앗아 먹는다.
밥그릇마다 사료를 주면, 처음에는 고양이들이 각자 자기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먹다가, 슬슬 다른 고양이들의 눈치를 보다가, 나중에는 화천이 밥그릇에 머리를 들이밀고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는다. 자기 밥을 다 먹고 나서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밥을 먹다가 말고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는 것이다. 다른 고양이들 밥그릇에는 여전히 사료가 있으니까 화천이는 다른 고양이의 사료를 빼앗아 먹으면 되는데, 화천이는 다른 고양이가 자기 밥을 먹는 것을 보기만 하고 다른 고양이의 밥을 먹지 않는다. 다른 고양이들은 화천이 밥을 다 먹은 다음 자기 밥도 먹는다. 그래서 어머니는 화천이가 밥 먹을 때 다른 고양이가 빼앗지 않도록 옆에서 지키기도 했다.
노란 고양이 새끼들이 나타나면서부터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생후 몇 주 동안 사람과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노란 고양이의 새끼들은 마치 야생동물처럼 사람만 보면 피했다. 그런데 현관문 앞에서 고양이들한테 밥을 주면, 새끼들은 사람 한 번 보고 사료 한 번 보면서 한 걸음씩 다가온다. 사람만 사라지면 노란 고양이의 새끼들은 화천이 밥그릇에 고개를 들이밀고 남의 밥을 먹는다. 그래서 넓은 그릇을 새끼들 밥그릇으로 만들어서 새끼들 밥도 따로 주었는데, 이 새끼들도 다른 고양이들처럼 자기들 밥을 먹다가 눈치 봐서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는다. 똑같은 사료를 주는데도 그런다. 이번에도 화천이는 자기 밥그릇만 물끄러미 보기만 한다.
고양이들은 왜 다른 고양이의 밥은 안 빼앗아 먹고 화천이 밥만 빼앗아 먹는가? 화천이가 다른 고양이들보다 대접을 잘 받으니까 화천이 밥이 다른 고양이들 밥보다 더 맛있을 것이라고 고양이들이 믿는 것인가? 하여간, 다른 고양이들이 화천이 밥을 빼앗아먹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고안한 방법은 고양이 사료를 밥그릇에 주지 않고 시멘트 바닥에 골고루 뿌려주는 것이었다. 사료를 시멘트 바닥에 뿌려주니 각자 자기 앞에 있는 사료만 먹었고 다른 고양이가 먹는 사료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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