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주량을 정의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사람들에게 주량이 얼마인지 묻는 것이 아니라 주량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면 제각기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한 답변들을 모아보면 한국 사람들은 일시적인 신체 이상을 유발하게 하는 알코올 섭취량을 기준으로 주량으로 정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주량은 알딸딸해질 때까지 마시는 술의 양이고, 또 다른 사람의 주량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 술의 양이다. 각 사람이 주량의 기준으로 삼는 신체 이상이 이렇듯 다르다면 주량과 관련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주량의 정의를 신체 이상에 의존해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알딸딸해질 때까지 마시는 술의 양이 주량인 사람은 항상 알딸딸해질 때까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 술의 양이 주량인 사람은 항상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결국, 각자의 기준이 어떠하든 간에 주량은 1회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되므로, 의사소통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것은 식사량도 마찬가지다. 밥 한 공기를 먹었을 때 일어나는 포만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러든가 말든가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은 1회 평균 음식물 섭취량이지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이 아니다.
(2017.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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