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0
[과학철학] Kuhn (1996), ”Preface” in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요약 정리
[ Thomas S. Kuhn (1996),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3rd e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p. vii-xiv.
토머스 S. 쿤, 「서문」, 『과학혁명의 구조』, 김명자・홍성욱 옮김 (까치, 2013), 51-60쪽. ]
■ [pp. vii, 51-52쪽]
- 이 책은 거의 15년 전에 착상한 프로젝트에 대한 최초의 완간된 보고서
• 15년 전 쿤은 이론물리학 전공 대학원생
• 비-자연계 학생에게 물리학을 가르치는 학부 과정에 참여하면서 과학사를 접하게 됨.
• 그 경험은 과학의 본질과 성공 이유에 대한 쿤의 기본 개념을 흔들게 됨.
• 쿤의 인생 계획이 급선회. 관심사가 자연과학 → 과학사 → 과학철학
vii, 52
- 쿤이 하버드대 펠로우회(Society of Fellows of Harvard University)의 주니어 펠로우였던 3년 동안 이 책에서 말하려는 견해를 탐구
이 시기에 과학사 연구
이 기간 동안 쿤이 한 일
장 피아제의 실험에 흥미를 느낌
친구가 게슈탈트 심리학 연구자들의 논문을 추천
다른 친구는 세계관에 언어가 미치는 영향을 다룬 워프의 추론을 소개
콰인은 분석-종합의 구분을 설명
루드비크 플레크의 <과학적 사실의 근원과 발전>을 읽음
서튼의 도움말을 받아가며 이 글을 읽음
주니어 펠로우 마지막 해에
1951년 3월 “자연과학 이론에 대한 탐구”라는 주제로 8회 강연
다음해 거의 10년 동안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과학사를 가르치게 됨
이 책의 최종 단계는 행동과학 고등연구소의 초청으로
1958-59년을 보낸 시기에 착수
사회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체에서 생활
자연과학자들의 공동체와 차이
정당한 과학적 문제와 방법의 본질에 대해 사회과학자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의견 대립이 대단
쿤은 이에 충격 받음
자연과학에서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논쟁이 안 생기는 것의 근원은 패러다임(paradigm)이라고 생각함
<통합 과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Unified Science)>의 한 권으로 출판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면 제한 때문에 쿤의 견해는 압축적이고 개괄적인 형태로만 제시
나중에 별책으로 출판되었지만
이 연구는 전면적인 저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에세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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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하여 만들다보니 주된 문제의 논의도 몇 개 빠뜨리게 됨
쿤에게 과학사를 소개하고 과학 발전의 성격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준 사람은
당시의 하버드대 총장이던 제임스 코넌트
(2017.06.18.)
2022/10/29
대학원 기여졸업제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실한 대학원들이 장사속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보자. 그런 대학원들이 장사를 잘 하나? 내가 보기에는 장사를 별로 짭짤하게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돈 없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쥐어짜며 다니는 대학원이 아니고, 돈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학위를 거저 따려고 오는 대학원이다. 그런 대학원에서 고작 등록금이라고 푼돈이나 받고 대충 졸업시킨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뜯어낼 수 있는 만큼 알차게 뜯어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알차게 뜯어낼 수 있을까?
부실 대학원이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자. 공부를 제대로 할 의지나 능력이나 여건이 안 되면서 학위를 받고 싶어 하는 돈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학원에 가봐야 당연히 졸업 논문을 제대로 못 쓴다. 돈으로 때우라고 하면 충분히 돈질을 할 텐데, 학교에서 괜히 논문을 쓰라고 해서 말도 안 되는 논문을 쓰거나 말도 안 되는 논문인 줄도 모르고 베껴서 제출한다.
대학원 등록금을 받아 재정을 충당하고자 하는 대학이 있다. 대학원 정원이 남아돌아서 아무나 입학시키고 등록금이나 받고 대충 가르치고 졸업시킨다. 돈을 더 받으려고 해도 받을 명분이 없다. 요새는 최고경영자과정처럼 돈이나 내고 수료증 받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 줄 모두가 알기 때문에, 돈을 덜 내면서 학위까지 받아갈 수 있는 대학원에 사람들이 온다.
부실 대학원의 비극은, 돈을 더 낼 수 있는데 돈을 못 쓰는 사람들과 돈을 더 뜯고 싶은데 돈 뜯을 방법을 모르는 대학원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 돈은 돈 대로 못 뜯고, 졸업 논문은 졸업 논문대로 망하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단 돈만 받고 일정 수준 이하면 졸업을 안 시키면 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런 말은 학문 후속세대를 키우는 대학원에나 적용된다. 부실 대학원인 주제에 돈만 내고 졸업도 못 한다고 소문이 나면 손님이 끊긴다.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대충 졸업시켜야 새로운 손님을 받을 수 있다.
부실 대학원은 장사를 해야 하느라 졸업 문턱이 너무 낮아지지만, 그렇다고 장사를 퍽이나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왜 이렇게 되느냐 하면, 등록금 이외에는 학생들에게 돈을 뜯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돈을 뜯길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데도 대학들은 담대하게 뜯어내지 못한다. 대학들이 얼마나 소심한지 고객들이 졸업 못할까봐 졸업 논문을 시험으로 대체해 주기까지 한다. 그렇게 해봐야 구멍가게 장사밖에 못 한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기여졸업제이다. 기여졸업제는 돈을 내고 학위를 받는 제도이다. 기여졸업제를 졸업하면 앞서 말했던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논문을 멀쩡히 쓸 사람들은 돈을 더 내지 않고 졸업할 것이니 졸업 문턱을 높일 수 있고, 정상적으로 논문을 못 쓸 사람들은 돈을 더 낼 것이니 학교는 돈을 더 뜯어낼 수 있다. 어차피 졸업시킬 거, 난장 치고 졸업시키느니 돈이나 더 내게 하고 흔적 없이 조용히 졸업시키는 것이 개인에게도 좋고 학교에도 좋다.
그렇다면 적정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그냥 돈만 내면 졸업을 한다는 식으로 학교에서 먼저 액수를 정하면 고객들이 학교를 만만하게 보고 돈을 안 쓰려고 할 수 있다. 단계를 나누고 단계별로 돈을 뜯는 것이 좋겠다.
처음부터 돈 받고 학위를 주면 안 된다. 우선, 졸업이 어려운 부유한 고객들이 자기 힘으로 논문을 쓸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박사급 인력을 붙여주어야 한다. 지도교수는 고객의 상태를 보고 처방을 내린다. 이 정도 상태일 경우 필요 박사급 인력이 몇 명이 몇 개월 정도 달라붙어야 한다고 처방을 내리면, 학교는 고객에게 돈을 받아 인력 제공에 따른 수수료를 떼고 박사급 인력에게 전달한다. 고객은 부족한 공부를 더 하고, 교수가 안 된 박사들은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학교 공부가 부족하면 사교육을 받는데, 대학원에서 그러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논문 작성이 안 될 때만 돈을 더 받고 학위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 단계를 만들어놓아야 단계를 밟아가며 단계마다 돈을 뜯을 수 있다.
그러니까 그런 대학원에서는 졸업하는 세 단계가 있는 것이다. 1단계는 그냥 논문 쓰기, 2단계는 도움 받아 논문 쓰기, 3단계는 돈 내고 학위 받기다. 1단계에서 졸업해도 되고, 2단계에서 졸업해도 되고, 3단계에서 졸업해도 된다. 단, 단계를 건너뛰고 2단계나 3단계에서 한 번에 졸업할 수는 없다. 일단 해보는 데까지는 최대한 해본 다음에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졸업이 세 단계로 구성되면 두 가지 이점이 생긴다. 첫 번째는 차등적으로 돈을 뜯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실 대학원이라고 해도 학생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액수를 뜯으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차등적으로 돈을 뜯으면 어떤 사람은 노력을 더 해서 돈을 덜 내고, 어떤 사람은 어차피 글러먹었다 싶어서 순순히 돈을 더 뜯길 것이다. 두 번째는 논문 심사가 엄격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서 논문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것이며, 눈에 불을 켜고 표절을 잡아낼 것이다.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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