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5

자연대 선생님들이 보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인사

     

자연대 선생님들과 점심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소속이 인문대에서 자연대로 바뀌면서 자연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날 선생님들이 했던 대화 중에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인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선생님, 이번에 언론에 오르내리는 박 누구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혹시 아시나요?”
“아, 그 사람은 권력 의지가 대단한 사람이지요.”
“공과를 함께 평가해달라고 하던데 과학계에 공이 있나요?”
“공이요? 내가 알기로 그런 건 없어요. 내가 모르는 공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몇 가지 일화도 듣게 되었다. 그 중 하나는 어떤 학술대회에서 그 사람이 발표 시간을 달라고 그렇게 떼를 써서 발표 시간을 한 시간 가량 주었는데, 발표가 너무 엉망이어서 사람들이 아우성이었다는 것이었다. 논문이든 연구 자료든 학회에 제출하면 웬만하면 발표 기회를 줄 텐데, 아무 것도 없이 발표 시간을 달라고 했던 것은 발표할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발표했다는 기록 자체가 필요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박 후보자에 대한 좋은 일화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
  
“요즈음 그 사람 전공이 4차 산업혁명이라지요?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 사람의 원래 전공은 식물학이에요. 그런데 금방 전공을 그렇게 바꾸더라구.”
“그렇군요.”
  
대선 기간 내내 후보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었던 것이 4차 산업혁명인데 그에 대한 선생님들의 반응은 “하하하하”였다.
  
생각해보면, 몇몇 과학자들이 여론에 편승해서 정부와 여당을 농락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닐 것 같다. <프레시안> 같은 매체에서는 강신주를 거리의 철학자로 떠받들고 <김현정의 뉴스쇼> 같은 데서는 도올 김용옥이 이 시대의 석학으로 등장한다. 내가 알기로, 철학계에서 두 사람이 하는 일을 철학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진보 매체에서, 그것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그러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정부나 여당의 상황과 이것과 크게 다를까.
  
최근에 박정희 시대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논문도 나오고 있는데, 언젠가는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논문도 나올 것이다. 자료가 얼마나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학기술학 전공자라면 한 번 해볼 만할 것 같기도 하다.
  
  
* 뱀발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황우석 사태 때 이야기도 나왔다.
  
“원래 황우석이 과학자로서 트레이닝을 잘 받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한 거지. 황우석이 복제소를 만들었잖아요. 영롱이라고. 보통, 연구를 하면 연구 결과를 발표하거나 논문을 내잖아요. 그런데 황우석은 기자들을 부른 거야. 송아지 낳는 거 찍으라고. 그런데 놀라운 게 뭔지 알아요. 연구 노트가 없었다는 거예요. 없어진 게 아니고 애초에 없었던 거야.”
“아이고, 세상에…….”
“그런데 기자라는 놈들은 황우석이 부르니까 다 몰려와서 송아지 낳는 사진이나 찍고 있어. 아니, 소가 송아지 낳는 게 그렇게 신기해? 황우석한테 연구 노트가 없었다는 건 아무도 신경 안 써. 그 때 연구 노트 없다고 보도한 놈이 하나도 없어.”
  
  
* 링크: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에 유독 헛발질하는 이유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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