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이트를 마셨다. 남들이 하도 맛없다고 욕해서 얼마나 맛이 없나 궁금해서 마셔보았다. 걸어 다니면서 먹으면 필라이트의 맛을 잘 못 느낄까봐 연구실에 가만히 앉아서 필라이트를 먹었다. 광고에서는 필라이트가 맥아와 보리의 황금 비율을 맞추었다고 하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냄새가 조금 독특했고 맛도 조금 이상했다. 가격이 8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격에 비해 맛이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만 원에 수입 맥주 네 캔을 마실 수 있는 세상에서, 혼자서 하룻밤에 맥주 2리터를 마셔봐야 만 원밖에 안 하는데 얼마나 가난해야 한 캔에 800원 하는 맥주를 마시는 것인가. 필라이트를 마시면서 가난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시대마다 가난의 기준이 다를 텐데, 편의점에서 파는 네 캔에 만 원 하는 수입 맥주를 사 마실 돈이 없어서 필라이트를 마신다면, 이를 현 시대의 가난의 기준으로 삼아도 문제없을 것 같다. 필라이트 한 캔을 다 마시면서 가난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201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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