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0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



방과후학교에서 고등학생들한테 “철학은 세계의 근본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사전적인 정의를 소개한 다음, 어떤 문제가 철학적인 문제일지 물어보았다. 어떤 학생이 말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같은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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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닭이 먼저라고 하는 학생과 계란이 먼저라고 하는 학생을 나누어 닭파와 계란파 간의 논쟁을 붙일 생각이었다. 학부 때 철학과 수업에서 교수나 강사들이 그런 식으로 수업을 대충 때웠던 것처럼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학생들이 아무도 자기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서 논쟁을 붙이지 못했다. 결국 내가 가능한 답변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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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석하기로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차이는 창조론과 진화론의 견해 차이다. 창조론자는 닭이 먼저라고 할 것이다. 신이 6일 동안 만물을 창조한 뒤 하루 쉬었는데 그 때 닭을 만들었다. 계란을 먼저 창조했다면 계란이 부화되지 않을 것이고 부화되었다고 해도 병아리 혼자 생존하기 어렵다. 계란과 닭을 동시에 창조할 수도 있겠지만 신은 불필요한 작업을 하지 않으므로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이 닭만 창조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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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자들은 계란이 먼저라고 할 것이다. 닭이 아니었던 것이 점점 진화해서 닭이 되는 시점, 즉 최초의 닭이 등장하는 시점을 t라고 하고, 아직 닭은 아닌데 닭으로 진화하고 있는 새를 ‘유사 닭’이라고 하자. 또한, 유사 닭이 t-n 시점에 알을 낳고 그 알에서 유사 병아리가 나온다고 하자. t-n 시점의 알은 같은 시점의 어른 유사 닭보다 닭에 더 가깝다. t-n 시점의 알이 어른 유사 닭이 되는 시점을 t-n+1이라고 하자. t-n+1 시점의 유사 닭이 낳은 알은 같은 시점의 어른 유사 닭보다 닭에 더 가깝다. 이 것이 반복된다면 t 시점에 등장하는 것은 어른 유사 닭과 계란이며, 어른 닭은 t+1 시점에 등장한다. 그래서 계란이 닭보다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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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목사님한테 닭과 계란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목사님은 하나님이 닭을 창조하셨으므로 닭이 먼저라고 하셨다. 생물학자들도 닭도 먼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내가 틀린 것 같다. 내가 과학을 잘 몰라서 생물학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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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 [CNN] Scientists solve chicken and egg riddle

( https://edition.cnn.com/2010/WORLD/europe/07/14/england.chicken.egg.riddle/index.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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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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