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9

사랑방에 들어와서 새끼를 낳은 화천이



화천이의 출산이 머지않은 것 같아서 새끼 낳을 집을 주말에 새로 만들어주었다. 현관문 앞에 화천이 집이 있지만, 만든 지 오래되어서 더럽기도 하고 여러모로 화천이가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창고 구석에 집을 새로 만들어놓았다. 예전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화천이가 창고로 새끼들을 옮긴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사람이든 다른 고양이든 화천이의 출산을 아무도 눈치 못 채도록 아예 창고에서 새끼를 낳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 만든 집의 위치를 아무도 모르게끔 창고 구석에 둔 다음, 그 주변을 은폐물로 둘러쌌다. 화천이는 자기 집의 위치를 알아야 하니까 화천이를 두 손으로 들어서 창고 구석에 둔 집에 밀어넣었다. 한동안 그르릉거리면서 있더니 집 밖으로 나왔다. 혹시나 해서 화천이를 한 번 더 들어서 새로 만든 집에 밀어넣었는데, 화천이는 또 한참 동안 그르릉거리면서 있더니 또 집 밖으로 나왔다. 마음에 안 든다는 건지 아직 새끼 낳을 때가 아니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월요일에는 화천이가 사랑방에 뛰어 들어갔다. 문이 열린 틈을 타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 방충망 문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만삭이라 배가 한참 불렀는데도 굳이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사랑방 안으로 들어갔다니, 화천이는 그렇게나 방에 들어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원래 같으면 방에 들어가도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고 놀 텐데, 이번에는 방에 들어가더니 소파와 뒤주 사이에 콕 들어가서는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화요일에 기숙사에 갔다가, 금요일인 오늘 집에 돌아와 보니 화천이가 사랑방 안에서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내가 만든 집은 마음에 안 들었고, 사람 사는 집 안에서 새끼를 낳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화천이가 무슨 마음으로 사랑방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예전에 집 안에 며칠 살아보니 괜찮아서 아예 이번 참에 집에 눌러앉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수컷 고양이 등 새끼를 위협할 만한 요소들을 사람이 막아줄 것이라고 믿어서 집에서 새끼를 낳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털 있는 짐승이 사람과 같이 실내에서 사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 갓 낳은 새끼를 쫓아낼 수 없어서 일단은 사랑방에서 지내게 하고 있다.

(2021.07.09.)


댓글 없음:

댓글 쓰기

한국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삼국지>를 만든다면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은 영화가 전반적으로 재미없다는 것을 다 떠나서 약간 놀라운 게 있는데, 바로 나폴레옹이 영어를 쓴다는 점이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처럼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아닌데, 나폴레옹이 주인공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