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회사 동료의 아들이 프로게이머다. 무슨 게임을 얼마나 잘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고등학생 때 이미 상금을 1억 원 이상 받았다고 한다. 그 1억 원이 단일 대회 상금인지 누적 상금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랬다고 한다.
고등학생이 그 정도로 잘 했다니 프로게이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의 지원을 받은 것인가? 아니다. 공부도 못 하는 놈이 게임이나 한다고 허구헌날 혼나기만 해서 게임도 몰래 하고 대회도 몰래 나갔다가 우승을 해버린 것이라고 한다. 거액의 상금을 받고도 부모에게 혼날까봐 상금을 받았다는 사실까지도 숨기고 있던 어느 날, 그 학생은 자기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엄마, 우리 집에 빚이 얼마나 있어?” 나중에 알고 보니 고등학생이라 돈 개념이 없어서 친구들한테 돈을 꽤 많이 빌려주었는데, 그렇게 많이 빌려주고도 돈이 너무 많이 남아서 엄마한테 그렇게 물어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부모는 자식이 프로게이머가 되는 데에 물심양면으로 헌신했고 그 대신 상금은 부모가 관리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이 대체로 그렇다. 대단히 뭘 잘 알아서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분위기 봐서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이다. 프로게이머의 부모의 입장 변화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것은,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심리적・정신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접한 것도 아니고 게임 산업에 대한 전망이 생겨서도 아니다. 그들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게임을 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닌데 자기 아들이 게임을 해서 목돈을 벌어온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도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어떠한 사회 문제나 사회 현상에 대해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나마나한 소리나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인식 변화가 필요한데 그래서 어쩌자고? 그걸 누가 모르나? 어떤 사안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알고 싶지도 않은데 아는 체 하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이 알려주겠다고 까불고 다니면 인식이 변하겠는가? 취미가 고상하다든가 어떤 분야에 대한 심미안이 있다든가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꼭 보면 전혀 그렇지도 않은 사람들도 그런 소리를 한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고상한 사람한테는 고상하게 이야기해야겠지만 고상하지 않은 사람들한테까지 굳이 고상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해봤자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그렇다.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안 고상한 사람들이 알아먹는가? 요새 논의되고 있는 문신업 합법화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보기에, 문신업에 대해 언론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딱히 와 닿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문신과 관련된 현행 법률이 한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것이다. 의사들에게 문신을 맡기기에는 의사들에게 딱히 미적 감각이 있을 것 같지 않고, 또 문신업자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딱 그 정도다.
유튜브에 올라온 문신가들의 인터뷰를 봐도 딱히 와 닿지 않는다. 문신가들은 문신도 예술이라고 주장하는데, 내가 예술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 예술이라고 하더라도 내 눈에는 문신이 전혀 안 예뻐 보이지도 않는다. 전영록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워야 하므로 사랑은 연필로 쓰는 것이 좋다고 노래했는데, 무슨 놈의 표현을 하길래 지워지지도 않게 살가죽에 새겨 넣는 것인가? 어떤 문신가는 톰 크루즈 같은 세계적인 배우들도 문신하려고 자기를 부르는데 문신 도구를 가지고 한국에 들어오면 범죄자가 된다면서 문신의 예술적인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래도 뭐가 예쁘다는 것인지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들에게 먹히게 말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톰 크루즈에게 문신을 해주었다는 그 문신가가 문신 하나를 해주고 얼마를 받았는지 말하면 된다. 예를 들어, “톰 크루즈 같은 사람들한테 문신 하나 새겨주고 한국 돈으로 1천만 원 정도 받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내가 범죄자가 된다”라고 딱 두 마디만 하면, 나 같은 사람들조차도 금방 문신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다. ‘아, 한국 법이 잘못되었네?’ 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게 될 것이다. 예술 같은 소리를 해봐야 어차피 알아먹지도 못하는데 왜 계속 예술 같은 소리만 하는가? 왜 얼마를 받았는지 안 밝히는가? 판매가격이 시가라서 그런가, 아니면 세무조사라도 받을까봐 그러는가?
개한테는 개에게 맞는 방식으로 대하고 고양이한테는 고양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대해야 하는 법이다. 애초에 표현의 자유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한테 왜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20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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