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에서 제작한 <학교란 무엇인가: 0.1%의 비밀>(2010)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2010년 전국 고등학생 60만 명 중 전국 800등 안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0.1%의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한 다큐멘터리다. 전국에 고등학교가 2천 개 이상 있으니 0.1%의 학생들은 그냥 전교 1등이 아니라 고등학교 두세 군데 합쳐서 1등인 학생들이다. 도대체 이들은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무엇이 다른가?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tvN <어쩌다 어른>에서 해당 다큐멘터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공개했다. 제작진이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급하게 김경일 교수를 찾아왔다고 한다. 0.1%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을 비교했는데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능지수, 기억력, 연산력 등 여러 능력을 비교해도 차이가 없고, 부모의 학력과 소득을 비교해도 차이가 없고, 사는 지역, 특목고 여부를 따져봐도 그러했다는 것이다. 이러면 방송이 불가능하게 된다. 0.1%의 비밀이라고 해놓고 “그런 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작진과 김경일 교수가 마주 앉아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할 때 김경일 교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바로 ‘메타 인지’였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20개 단어를 외우라고 하고 학생들이 단어 몇 개를 외우는지 살펴보는데, 이 때 기억력만 볼 것이 아니라 자기가 몇 개 기억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것까지 살펴보라는 것이었다. 메타 인지는 자신의 기억을 자신이 보는 것이니, 메타 인지가 높을수록 예측치와 실제 외운 개수의 차이가 0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측정해보니 평범한 학생들의 예측치와 실제 외운 개수 차이는 중구난방인데 0.1%의 학생들은 그 차이가 거의 0에 가까웠다고 한다.
김경일 교수에 따르면 지식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한다. 하나는 안다는 느낌은 있지만 설명을 못하는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안다는 느낌도 있고 설명도 가능한 지식인데, 두 번째 종류의 지식만 나의 지식이고, 첫 번째 종류의 지식은 내가 내 메타 인식에 속고 있는 것이다. 제작진은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0.1%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서 0.1% 학생들이 무엇을 많이 하는지 관찰했고 그 결과 설명을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0.1% 학생들이 1시간 동안 설명하면 중 말문이 열두 번 정도 막힌다고 한다. 말문이 막힌다는 것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말문이 막힐 때마다 자신이 불충분하게 알고 있었던 지점을 파악하게 되니, 0.1%의 학생들은 한 시간 설명할 때마다 자기가 모른다는 것도 몰랐던 것을 열두 개씩 알게 된다.
나는 김경일 교수의 강연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드라마 쪽대본 촬영도 아니고 다큐멘터리 제작도 그딴 식으로 한다고? 아, 그래서...
* 링크: [tvN 어쩌다 어른] 김경일 인지심리학자 - 공부 잘하는 애들은 왜 꼭 성격도 착할까? (2016.07.28. 방송)
( www.youtube.com/watch?v=3m2vgXE0tSk )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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