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6

소나무 가지치기

     

아버지는 잊을 만하면 어디서 나무를 사와서 심는다. ‘저 자리에 저런 나무를 심으면 안 되는데’ 싶은 자리에 꼭 나무를 심는다.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버지는 신기할 정도로 매번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묘목을 사와서 심는다고 해도 몇 년 뒤에 얼마만큼 자랄지 생각하고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도록 가지를 치는 것도 아니다. 굳이 큰 나무 옆에 묘목을 심고 또 얼마 후에 두 나무 사이에 다른 묘목을 심어서 결국 몇 년 후에 세 나무의 가지가 맞붙는 일이 생긴다. 방풍림을 조성해도 나무를 그런 식으로 심지는 않는다.

  

아버지에게 나무 심은 취미가 있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버지에게 나무를 가꾸는 취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가지 치는 일을 내가 하게 되는데, 아버지는 내가 가지 치려고 하면 하지 말라고 말린다. 그래서 나는 가지치기를 아버지가 집에 없을 때 한다. 자른 가지는 붙일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해버린다.

  

집 앞에 심은 소나무도 내가 손을 본다. 아버지가 말리든 말든 진작 손을 보았어야 했는데 몇 년 간 방심한 사이에 좁은 공간에서 이상하게 자랐다. 소나무를 약간 크게 키우려면 집 앞 화단을 1.5-2m 정도 더 빼야 했는데 그러면 주차 공간이 줄어들어서 다른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좁은 공간에 맞게 소나무를 다듬든지 아예 다른 나무를 심었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나무를 손보아서 모양을 바로 잡는 중이다.

  

매년 소나무를 가지치기 하다가 작년에 한 번 안 했더니 가지가 많이 자랐다. 지난 주에 가지치기를 하고, 효소 담그려고 소나무 순만 따로 따서 모았다. 효소를 담글 때는 설탕과의 비율이 일대일이어야 한다. 무게를 재보니 순의 무게만 13kg이었다. 재작년에 소나무 순만 가지고 효소를 담가보니 효소가 얼마 나오지 않아서, 이번에는 소나무 순에다 냉장고 구석에 있던 싱거운 배 2kg를 넣어서 효소를 담갔다.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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