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된 사람에게 화천이가 낳은 새끼 일곱 마리 중 두 마리를 넘겼다. 온몸의 털이 하얀 고양이와 회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였다. 새끼 고양이를 받은 사람이 고양이를 받고 며칠 뒤 어머니한테 이렇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두 마리가 같은 어미의 새끼가 맞아요? 어미가 다른 거 아니에요?” 같은 어미의 새끼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행동이 달랐다고 한다.
흰 고양이는 그렇게 사람을 잘 따랐다고 한다. 다른 곳을 보다가도 사람이 눈을 마주치면 고양이도 사람 눈을 마주보고 멀리 있다가도 사람이 부르면 얼른 사람 앞에 와서 재롱을 떨었다고 한다. 회색 고양이는 정반대였다. 사람을 보고 있다가도 사람이 쳐다보면 고개를 홱 돌리고, 사람 가까이에 있다가도 사람이 부르면 도망가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고 한다.
사실, 우리집에 있을 때부터 그 회색 고양이는 좀 유별났다. 화천이 새끼 일곱 마리 중 회색 고양이가 네 마리였는데 그 중에도 유별난 놈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은 오밤중에 바깥에서 고양이들이 발정기 때 내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또 수컷 고양이가 왔나 싶어서 내쫓으려고 현관문 밖을 나갔는데 수컷 고양이는 없었고, 새끼들끼리 “우오어-엉” 하는 낮고 음산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털복숭이는 다 큰 고양이인데도 새끼들이 내는 소리가 무서워서 멀찍이 도망가 있었고 화천이는 딴 곳을 보면서 모른 체 하고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주먹만 한 놈들이 왜 그런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을까? 내가 고양이를 키운 이후로 새끼들이 그런 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가만 보니 한 놈이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다른 놈들이 따라서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나는 새끼 한 놈씩 잡아서 어떤 놈이 그런 소리를 내는지 확인했고 결국 회색 고양이 중 한 놈이 이상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놈이 소리를 안 내고 곱게 자야 다른 고양이들도 잠을 잘 수 있었다. 회색 고양이를 고양이 이동장에 가두고 별 짓을 다 했는데도 그 새끼는 이상한 소리를 내서 다른 새끼들도 이상한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 때 그 새끼가 다른 집에 간 모양이었다.
같은 집에 사는 같은 어미의 새끼들인데 왜 유독 회색 고양이만 그랬을까? 아마도 하얀 고양이와 회색 고양이는 유전적으로 무언가가 달랐을 것이다. 예전에 할머니는, 도둑놈은 씨가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아는 집 중에도 2대에 걸친 사기꾼 명문가도 있고 3대에 걸친 뼈대 있는 도둑놈 집안도 있다. 사람도 그러한데 고양이는 오죽 하겠는가?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두 새끼 고양이가 그 집에 가고 며칠 지나자 둘의 행동이 비슷해졌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우리 집에서는 고양이들이 건물 밖 지붕 밑에 있는 고양이집에서 먹고 자는데 그 집에서는 고양이들이 사람과 같이 집 안에서 사람처럼 산다. 그뿐만 아니라 그 집 주인은 고양이들을 잘 먹인다. 고기를 삶아주고 생선도 삶아주고 이것저것 좋은 것을 먹인다고 한다. 새끼 고양이들이 살이 통통하게 쪘고, 그렇게 살이 오르니 이제는 회색 고양이도 하얀 고양이처럼 사람이 쳐다보면 사람 눈을 마주보고 좋아하고 멀리서 사람을 봐도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고 주인 앞에서는 바닥을 구르며 재롱을 부린다고 한다.
회색 고양이가 우리 집에서 이상한 소리를 냈던 것은 고기를 삶아주지 않아서였나? 하여간, 좋은 환경은 유전자 못지않게 강한 인과력을 미치기도 하는 모양이다.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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