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부에나 비스타 저널클럽>에서는 논문을 요약하는 대신 기말보고서 초안을 검토했다. 그 날 검토한 것은 <생물학의 철학> 수업에 제출해야 할 기말보고서 초안이었다. 본문에 ‘Tinbergen’이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발표자가 Tinbergen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분명하지 않아서 한국어 발음을 병기하지 않았다. 발표자가 초안을 읽다가 Tinbergen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물어서 나는 “틴베르헨”이라고 답했다. 이 때 거의 동시에 학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대학원생이 “틴베르헌”이라고 답했다. 그 대학원생은 Tinbergen이 네덜란드 출신이라서 “틴베르헌”이라고 읽는다고 했다. 나는 “틴베르헨”으로 읽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차피 내가 네덜란드어를 아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내가 하는 틴베르헨은 계량경제학을 만들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그 틴베르헨도 네덜란드 출신이다.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도 경제학과 생물학을 동시에 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네덜란드에는 틴베르헨 씨가 많은가? 두 사람이 종친인가? 구글에서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두 틴베르헨은 형제였다.
형인 얀 틴베르헨(Jan Tinbergen)은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계량경제학을 연구하여 196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국가단위 경기순환을 정량적으로 해석한 최초의 경제학자다. 네덜란드 중앙통계국에서 일하며 계량경제학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고, UN 경제자문위원으로 일하며 주요 국가의 거시 경제에 대한 계량경제학적 분석 모형을 제시했다. 동생인 니콜라스 틴베르헨(Nikolaas Tinbergen)은 동물 행동을 연구하여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2차 대전에 참전하여 전쟁포로가 되기도 했고 종전 후 영국으로 귀화하여 옥스퍼드대학 교수가 되었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털없는 원숭이』의 데즈먼드 모리스가 니콜라스 틴베르헨의 제자다. 틴베르헨 형제는 노벨상을 받은 유일한 형제 수상자다.
구글 검색 결과를 보면, 경제학 쪽에서는 Tinbergen을 “틴베르헨”으로 표기하는 경향이 있고 생물학 쪽에서는 “틴베르헌”으로 표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구글 번역기는 “틴베르헨”보다는 “틴베르헌”에 가깝게 발음한다.
* 뱀발: 외국인 인명 표기를 할 때는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을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 링크: [국립국어원] 한국어 어문 규범
( https://kornorms.korean.go.kr/main/main.do )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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