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뮤즈’라고 부르는 후배가, 사이비 과학에 대해 묻다가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사이비 과학의 사례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건축공학이나 환경공학 같은 것은 전혀 모르지만 4대강 사업에 의혹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세간의 의혹이 어느 정도 믿을만한 것이라면, 4대강 사례는 사이비 과학이라기보다는 청부 과학에 가까울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실패한 사업이라면 이 때 시험받은 것은 역학 법칙이나 공학의 여타 원리가 아니라 해당 공학자들의 능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청부 과학’이라는 용어를 듣고 후배가 웃음을 터뜨렸다. “청부 과학이요? 청부 살인이 아니고 청부 과학이라는 게 있어요?” 그 말에 나는 “청부 과학이라는 것은 어디서 돈 받은 과학자들이 항의하는 사람들한테 가서 ‘너네 자꾸 그러면 확 과학해버린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부 과학은 기업 등에서 거액의 연구비를 받고 그 대가로 후원자가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학 활동을 말한다. 와인을 하루에 얼마씩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식의 연구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연구비를 와인 회사에서 지원했다더라고 하는 식의 이야기는 귀여운 축에 속한다. 청부 과학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흡연의 위험성이나 반도체 생산 공정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연구 등이 있다.
(20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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