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8

김우재 박사의 칼럼 “과학이 정치에게”의 미흡한 점



김우재 박사가 <한겨레>에 쓴 “과학이 정치에게”라는 칼럼은 못쓴 글이다. 김우재 박사가 틀린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가끔씩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글을 이상하게 쓰는 바람에 빛을 바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과학이 정치에게”라는 칼럼은 여덟 문단으로 구성된다. 그 중 두세 문단만 쓸 만하고 나머지는 글에서 불필요하다. 왜 불필요한지 보자.

첫 번째 문단은 과학 지식에 관한 불신 풍조를 언급한다. 그런 풍조가 정말로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 사람은 사주나 관상을 믿더라도 그것이 통계에 기반하니 나름대로 과학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김우재 박사는 반-과학의 선봉에 인문학이 있고 인문학자의 절반 이상이 반-과학 정서를 공유한다고 하는데 그러한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김우재 박사가 만나는 인문학자의 절반 이상이 그런 정서를 공유한다면, 인문학자들이 이상하다고 하기 전에 자기가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문단은 “중산층 이상의 기괴한 자연주의자들”의 반-과학 정서를 언급한다. 김우재 박사는 그런 사람들은 “자연면역으로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유사 과학을 신봉하며,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다. 한국 사람 중 자연 면역을 주장하는 사람보다 약물을 오남용하는 사람이 몇 십 배는 많을 것이다.

세 번째 문단과 네 번째 문단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미국과 독일의 리더십 차이를 언급한다. 김우재 박사는 “과학자 출신의 독일 총리 메르켈”을 언급하면서 “물론 메르켈이 과학자이기 때문에 더 과학적인 건 아니”고 “중요한 건 정치에 과학적 태도가 스며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문단부터 네 번째 문단까지 김우재 박사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정치에 과학적 태도가 스며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치에 과학적 태도가 스며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칼럼에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체불명의 인문학자들을 욕하느라 첫 번째 문단을 허비하고, 몇 되지도 않는 기괴한 자연주의자들을 욕하느라 두 번째 문단을 허비하고, 트럼프를 욕하느라 세 번째 문단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네 번째 문단도 한두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다섯 번째 문단은, 보수는 사적 이익에 집착해서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고 진보는 이념에 집착해서 과학적 태도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글의 절반이 지나서야 글의 서두에 해당될만한 부분이 나온다. 그러나 다섯 번째 문단도 <밀려난 과학>이라는 책의 일부를 인용하고 과학적 태도를 결여한 극좌파를 욕하는 것이라 절반 이상은 없어도 된다.

여섯 번째 문단과 일곱 번째 문단은 민주당의 위성 정당이 양이원영을 비례대표 앞 번호로 공천하고 국제열핵융합실험로 부총장을 뒷 번호로 공천한 사실을 비판하고, 현재의 정의당도 나을 바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글에서 그나마 쓸 만한 것이 이 두 문단이다.

여덟 번째 문단은 과학자들이 코로나19의 해결책을 찾고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비-과학적인 정치경제적 질서로 돌아갈 것 같다는 푸념이다. 없어도 되는 부분이다.

해당 칼럼이 멀쩡한 글이 되려면 글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거의 글을 다시 써야 한다. 첫 번째 문단에서 보수는 사적 이익에 집착해서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고 진보는 이념에 집착해서 과학적 태도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지적한 다음 다른 이야기를 하지 말고 곧바로 양이원영이 비례 9번을 공천받고 ITER 부총장인 이경수가 비례 18번을 공천받고 비례 17번까지 당선되었음을 언급해야 한다. 두 번째 문단에서는 양이원형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세 번째 문단에서는 2018년에 제출한 정부 예산안 평가의견서에 어떤 의견이 있었으며 그게 왜 정신 나간 소리인지를, 네 번째 문단에서는 ITER가 뭐하는 곳이며 왜 이경수가 국회의원이 되었어야 했는지를, 다섯 번째 문단에서는 어떤 정치적 고려에 따라 두 사람의 공천 번호가 결정되었는지를, 여섯 번째 문단에서는 양이원영의 국회의원 당선에 대해 과학기술계에서 어떤 우려를 하는지를, 일곱 번째 문단에서는 정치적 고려 때문에 과학 활동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언급해야 한다. 이 정도 쓴 다음에야 글을 마무리하는 문단에서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해도 설득력이 생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양이원영 당선자가 국회의원직만 포기하면 그 다음 비례 순번인 이경수 부총장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으니까.”

어떤 것을 비판하는 글을 쓸 때는 비판하고자 하는 주된 목표만 비판해야 한다. 그 대상을 효과적으로 비판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욕하고 싶은 사람들을 조금씩 다 욕하면 어느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욕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를 비판하는 글을 쓰려는 사람은, 설사 가슴에 화가 많고 사회에 불만이 많더라도 절제해서 글을 써야 한다. 김우재 박사는 이러한 글쓰기의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지 않고 칼럼을 쓴다.

내가 신문 칼럼을 챙겨보지 않아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아마도 김우재 박사의 칼럼이 양이원영 당선자를 우려하는 거의 유일한 칼럼인 것 같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김우재 박사가 글을 못 쓰는 바람에 그러한 비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나는 이러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의 이공계 종사자들에게 부족한 점은 과학 실력이 아니라 글 쓰는 능력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김우재 박사가 개인 교습이라도 받아서 글을 좀 잘 썼으면 좋겠다.

* 링크: [한겨레] 과학이 정치에게 / 김우재

( www.hani.co.kr/arti/opinion/column/943594.html )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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