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2

‘미친 몽둥이’라 불린 오르빌리우스



코난 오브라이언은 2011년 다트머스 대학 졸업식에서 이런 축사를 했다.

“자녀가 순수예술이나 철학을 전공했다면 걱정하셔도 좋습니다. 그들이 직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고대 그리스일 테니까요. 행운을 빕니다.”
(If your child majored in fine arts or philosophy, you have good reason to be worried. The only place where they are now really qualified to get a job is ancient Greece. Good luck with that degree.)

코난 오브라이언은 틀렸다. 고대 로마에서도 순수예술이나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직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들이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곳은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이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그리스 노예 출신의 문법학자나 수사학자들이 상류층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했다. 문법학에 대한 로마인들의 관심이 높아서, 문법학자나 수사학자들이 상당히 좋은 대접을 받았다. 많은 수입을 벌었을 뿐 아니라, 노예 출신 교사가 상류층의 자식에게 체벌을 가해도 부모들이 용인할 정도였다. 오르빌리우스는 학생들을 몽둥이로 때려서 별명이 “미친 몽둥이”(狂木)였다. 『로마의 문법학자들』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오르빌리우스의 신랄함은 학생들을 다룰 때에도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예컨대 호라티우스는 그를 ‘미친 몽둥이’(狂木)이라 부른다. 아울러 도미티우스 마르수스도 다음과 같이 썼다. “누가 되었든 오르빌리우스는 몽둥이와 채찍으로 휘갈겨 큰 대(大)자로 눕혔다네.”(172-173쪽)

오르빌리우스의 별명인 “미친 몽둥이”를 오늘날 한국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번역한다면 아마 “삽자루”쯤 될 것이다.

* 참고 문헌

수에토니우스, 『로마의 문법학자들』, 안재원 주해 (한길사, 2013).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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