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0

[과학사] 김동원 (1994), “과학사학계의 최근 동향” 요약 정리

   
[ 김동원 (1994), 「과학사학계의 최근 동향」, 『서양사론』 42권, 229-248쪽. ]
  
  
  1. 내적 접근법과 외적 접근법
  2. 사회학적 방법의 도입
  3. 전체에서 부분으로의 이동
  4. 미래에 대한 전망


■ 논문의 목적 [229-230쪽]
- 서양과학사 연구가 한국 사회에 공헌할 부분
• (1) 한국과 같이 자력으로 근대화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 그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
• (2) 근・현대 과학사연구는 아직도 선진국의 뒤를 따라가는 입장에 있는 우리에게 현 단계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 어떤 것인가를 시사할 수 있음.
• 한국의 서양과학사 연구는 서양사의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서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의미 외에도 계몽적인 측면도 함께 지님.
- 1980년대 이후 과학 사학계의 최근 동향을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함.

  
  1. 내적 접근법과 외적 접근법
  
■ 내적 접근법(internal approach) [230-231쪽]
- 중요한 과학적 업적들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과학이론이 어떻게 형성・발전되어 왔는가에 초점을 맞춤
• 과학사를 지성사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함.
• 과학의 논리적 구성과정 뿐만 아니라 흔히 철학적 배경이 고려됨. 과학이 오랫동안 철학의 일부분이었던 서양사의 측면을 엿볼 수 있음.
- 과학사가 2차 대전 이후 제도적으로 대학에 자리 잡은 데는, 내적 접근법을 사용하여 업적을 남긴 코이레, 코헨, 웨스트폴, 쿤 등의 역할이 컸음.
• 이들은 16・17세기 과학혁명기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과학사가 하나의 훌륭한 역사임을 역사학계에 인식시킴.
- 단점
• 몇몇 거장 과학자의 역할을 영웅적으로 과장하거나 과거와의 단절을 지나치게 강조
• 과학의 객관성과 보편성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에 과학과 사회와의 관계를 등한시한 경향을 지닌 점 등
  
■ 외적 접근법(external approach) [231-232쪽]
- 과학과 그 과학을 탄생시킨 사회나 문화와의 상호 연관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임.
- 초기에는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아 과학을 시대와 사회의 부산물로 간주하거나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했음.
• 주로 1930년대 영국에서 좌파 성향을 가진 젊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됨.
• 그러한 정치적 경향 때문에 대학에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힘들었음.
- 1960년대 월남전의 여파로 등장한 반전・반-과학・반-권위주의적 경향에 힘입어 미국에서도 관심을 끌게 됨.
• 과학이 객관적이고 사회와는 유리된 채 발전한다는 과학관이 의심받음.
• 과학과 사회와의 관계를 강조하는 주장이나 과학 이론이 성립・발전하는데 합리적이지 않은 요소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들이 널리 퍼지게 됨.
- 특히 1962년에 출판된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의 영향
• 과학 이론이 정립되는 데는 “과학자 사회”(scientific community)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과학사학자들의 관심을 내적인 것에서 외적인 것으로 돌리는 데 크게 기여함.
• 1930년대 영국식의 외적 접근법과는 다른 형태의 더 학문적이고 “탈-이데올로기적” 외적 접근법이 가능하게 됨.
• 1970년 사회학자 머튼의 『Science, Technology & Society in Seventeenth Century England』가 30여년 만에 단행본으로 출판된 것도 외적 접근법에 관한 관심을 반영함.
- 1970년대는 세련된 형태의 외적 접근법으로 과학자 사회나 과학단체를 다룬 책과 논문들이 등장하며, 서서히 대학에도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함.
- 약점: 과학 내용을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한 점.

■ 두 방법론을 융합하려는 시도 [232-233쪽]
- 1970년대부터 역사학 훈련을 제대로 받은 젊은 과학사학자들을 중심으로 두 방법론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일어남.
• 이전의 선배 과학사학자들은 주로 철학이나 과학의 한 분야를 전공한 후에 과학사로 전향했다면, 새로운 세대들은 처음부터 과학사라는 독립된 분야에서 훈련을 받음.
• 이들의 가르친 사람들은 내적 접근법을 선호했으나, 이들은 외적 접근법에 호의적.
- 이러한 경향은 일반 역사과목을 교육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여기는 교과과정에서 기인한 것.
• 예) 19세기 영국 과학자를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은 역사과에 가서 역사과 대학원생들과 똑같이 영국사 세미나에 참석하고 역사과가 제시하는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음.
• 과학사 교육에서 “과학”보다 “역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쪽으로 경향이 바뀜.
• 젊은 과학사학자들은 과학자가 신비로운 천재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과학자도 한 시대, 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됨.
• 내적 접근법이 과학에서 철학의 영향을 강조한 만큼, 사회학적 방법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함.
- 1970년대를 지나면서 문제는 두 방법론의 우열이 아니라 “어떻게” 양자를 융합시킬 수 있는가로 귀결됨.


  2. 사회학적 방법의 도입

■ 1970년대의 시도(1) [233쪽]
-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과학사학계에서는 과학단체, 연구소, 대학 등을 분석하는 분야가 빠르게 성장함.
- 외적 접근법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좋은 예
• 영국의 왕립학회(Royal Society of London)와 과학진흥협회(British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런던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리학 그룹, 프랑스의 과학아카데미(Academy of Sciences), 필라델피아의 프랭클린 연구소(Franklin Institute), 2차 대전 중 미국의 원자에너지에 관한 연구 등
- 이들은 이전의 외적 접근법을 사용한 연구들보다 훨씬 “역사적”이었기 때문에 쉽게 과학사학자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음.
  
■ 1970년대의 시도(2) [233-234쪽]
- 과학자들이 활동한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배경(context)이 과학 활동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더 세련된 형태로 재등장함.
- 가장 대표적인 연구가 미국의 폴 포먼(Paul Forman)이 1971년에 발표한 “Weimar Culture, Cauality, and Quantum Theory, 1918-1927”이라는 논문.
• 1920년대에 등장한 양자역학의 성립과 수용이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유행하던 비-결정론적이고 비-인과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
• 패전 후 독일의 지적인 분위기와 양자 역학 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물리학자들의 생각이 얼마나 유사했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줌.
• 양자역학과 같이 난해하고 전문적인 과학 내용에 사회・문화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힘들었으므로, 과학사학자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큰 충격을 줌.
• 이 논문은 발표된 직후부터 많은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과학사학자들로 하여금 지식이 형성되는 사회적 환경을 더 진지하게 연구하는 계기를 마련함.
  
■ 사회구성주의의 등장 [234쪽]
- 1970년대의 이러한 시도들은 더 세련된 형태의 외적 접근법의 등장했다는 것 외에도 사회학적 방법론이 과학사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줌.
• 그때까지 과학사학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던 내적 접근법의 철학적・지성사적 방법에 대적할만한 강력한 새로운 방법이 등장한 것.
• 젊은 과학사학자들은 이러한 사회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과학단체, 연구소, 대학 같은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내적・외적 방법론의 융합에 나섰던 것.
- 사회구성주의(social constructivism)는 새로운 시도들 가운데서 가장 주목받는 방법
• 계몽사조기 이후 과학은 다양한 시대와 사회를 초월하는 어떤 “객관적인 진리”로 인식되었고, 내적/외적 접근법이라는 구분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인식에 바탕함.
• 사회구성주의자들은 이런 구분 자체가 의미 없다고 주장하면서 과학 활동도 인간의 다른 행위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것이며, 과학적 “사실”(fact)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의해서 “구성”(construct)되는 것이라고 주장.
• “사실”과 “인조물 (artifact)”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 됨.

■ 사회구성주의 학파(1): 라투르와 울가 [234-235쪽]
- 철학자 라투르(Bruno Latour)와 사회학자 울가(Steve Woolgar)가 공동 저술한 『실험실 생활』(Laboratory Life)
• 두 저자는 호르몬을 연구하는 연구소에서 과학자들과 1년 동안 같이 생활하며 인류학자나 민속학자처럼 과학자라는 “종족(tribe)”과 그들의 활동을 관찰・분석함.
• 과학 활동을 담은 논문을 쓰는 과정, 실험결과를 놓고 과학자들이 타협하는 태도, 실험기구의 역할과 제약, 과학적 “사실”이 구성되고 인정되는 과정, 연구의 영예를 분배하는 방법 등 그동안 잘 다루지 않은 문제들이 탐구되어 과학사학계에 큰 충격을 줌.
• 과학을 전공한 적 없는 저자들이 이러한 중요한 점들을 지적했다는 점, 과학사학자들처럼 내적/외적 접근법을 고려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 등의 시사점.
  
■ 사회구성주의 학파(2): 영국의 에딘버러학파 [235-237쪽]
- 1985년에 출판된 섀핀(Steven Shapin)과 섀퍼(Simon Schaffer)의 『리바이어던과 진공 펌프』(Leviathan and the Air Pump)
• 이 책은 처음부터 과학사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음. 저자들이 이미 과학사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자들이었고, 진공펌프도 과학사학자들에게 친숙한 주제였기 때문.
• 이전까지 많은 과학 사학자들은 보일을 중심으로 한 일단의 왕립학회 회원들이 진공펌프를 이용한 “객관적”인 실험을 통해서 홉스와 같은 보수적 세력을 이기고, 진공이 존재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수호했다고 믿었음.
•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믿음이 잘못된 것임이 밝혀진 것
- 책의 주요 내용
• 보일을 중심으로 한 집단이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더 당파적이고 편협했다고 주장함.
• 보일을 반대한 홉스는 완고하고, 편협하며, 당파적인 사람이 아니라, 과학토론의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고, 과학 활동의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균형 잡힌 지식인.
• 진공의 존재가 인정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실험자들의 “권위”(authority)가 인정받느냐의 문제이지, 실험 자체의 객관성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
• 진공은 “사회적 배경”(social context)에서 “구성”된 것이지 과학자에 의해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
• 실험 과정과 실험을 한 공간에 대한 분석,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논리체계와 인식과정,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 한 과학자 집단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 합의를 지키려는 노력, 서로 적대적인 두 집단 간 대화의 문제점 등을 비교적 담담하게 다룸.
- 하지만 전형적인 에딘버러학파의 주장은 많은 과학사학자들을 당황하게 함.
• “우리는 지식의 문제에 대한 해결이 사회계층 문제에 대한 실제 적인 해결에 달려 있고, 사회계층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해결방법은 지식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해결방법으로 귀착된다고 주장한다. 홉스와 보일의 논쟁은 바로 이러한 성격의 것이다.”
• “하나의 새로운 사회계층은 낡은 지적 전통을 거부하면서 부상했다.”
•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지 실재(reality) 때문이 아니다. 지식은 국가나 마찬가지로 인간 활동의 산물이다.”
- 특히 과거의 지성사적 전통에 충실한 노장 과학사학자들에게 『리바이어던과 진공 펌프』는 이데올로기적 편견이 훌륭한 연구 성과를 오염시킨 것으로 보였음.
• 과학자들이 주위의 사회 환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어도, 과학의 내용이 사회 환경의 직접적인 산물이라 는 주장은 너무 급진적이었기 때문.
• 이것을 인정하게 되면 과학의 보편성・객관성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게 됨.
- 이렇게 찬반양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 책은 17세기 과학사의 필독서로 꼽히게 됨.
  
■ 사회구성주의의 영향 [237-238쪽]
- 『리바이어던과 진공 펌프』가 출판된 1985년을 시작으로 사회 구성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과학사 관련 논문이나 책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함.
- 대표적인 책
• Martin J. S. Rudwick (1985), The Great Devonian Controversy: The Shaping of Scientific Knowledge among Gentlemanly Specialists.
• Peter Galison (1987), How Experiments End.
• David Gooding, Trevor Pinch, Schaffer (eds.)(1989), The Uses of Experiment: Studies in the Natural Sciences.
• Jan Golinski (1992), Science as Public Culture: Chemistry and Enlightenment in Britain, 1760-1820.
- 대표적인 논문
• Shapin, “The House of Experiment in Seventeenth-Century England” 등.
• Isis와 Historical Studies in the Physical and Biological Sciences에 실린 다수.
• 1990년 Isis 가을호에 실린 Jan Golinski, “The Theory of Practice and the Practice of Theory: Sociological Approaches in the History of Science”는 그동안의 사회구성주의의 영향을 잘 정리해서 보여줌.
• 1987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Science in Context라는 새로운 잡지는 간학문적 접근법을 주창하면서 사회구성주의 경향의 논문을 많이 게제하고 있음.
- 사회구성주의의 영향은 1990년대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고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음.
• 과학사학자・사회학자・철학자가 한 주제를 놓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
• 내적 접근법과 외적 접근법을 통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음.
• 바로 이 점에서 사회학적 방법으로 모든 과학 활동을 설명하려는 라투르 식의 방법이나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강한 에딘버러 학파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진행되고 있음.
- 사회 구성주의가 양자에 의해서 과학사학계에 도입되었지만 도입된 바로 그 순간부터 과학사학계의 체질에 맞도록 변신해왔다는 점.
• 대부분의 과학사학자들은 사회구성주의가 제시한 여러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 등을 도입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과학 활동을 전부 사회학적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으며, 특히 “구성”(construct)이라는 단어를 싫어함.
• 이제는 과학적 사실이 단순히 “발견”되었다고 서술하는 과학사학자는 거의 없음.
• 일부 젊은 과학사학자들은 “발견”이나 “구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사회구성주의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함.
  
■ 사회구성주의가 당면한 문제 [238-239쪽]
- 사회구성주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사회구성주의의 방법으로 모든 분야의 과학을 역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느냐 하는 점.
• 이제까지 대부분의 사회구성주의 성격을 띤 논문이나 책들은 대부분 20세기의 거대과학(big science)이나 실험도구를 중심으로 한 것.
• 특정한 시대나 특정한 형태의 과학 활동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 다른 시대의 다른 형태에도 적용가능한가?
• 예) 사회와의 관계가 밀접한 기술사나 의학사 분야와 달리, 추상적이며 실험에 덜 의존하는 수학사나 수리물리학사를 연구하는 데는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 이 점에서 섀퍼를 중심으로 한 케임브리지 그룹과 사회구성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미국의 갤리슨 그룹이 앞으로 어떤 활동을 보일 것인지 주목됨.


  3. 전체에서 부분으로의 이동

■ 연구 대상의 범위의 축소 경향 [239-241쪽]
- 1980년 이후 연구 대상의 범위가 거시적인 것에서 미시적인 것으로 변화함.
- 이제까지 과학사학자들은 연구 대상이 되는 과학자가 활동하는 무대를 한 국가나 전 유럽으로 삼았음.
• 갈릴레오의 과학 활동을 추적하려면, 피렌체, 파도바, 로마가 등장.
• 라부아지에의 새로운 화학을 설명하려면 프랑스 전체가, 프랭클린의 전기 연구를 설명하는 데는 미국, 영국, 프랑스가 연구 대상이 됨.
- 시간적으로도 한 과학자의 일생이나, 한두 세기에 걸친 변화를 설명하는 연구가 대부분.
• 로저 한(Roger Hahn)은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의 역사와 관련하여 시기를 1666년부터 1803년까지 잡음.
• 크로써(J. G. Crowther)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물리학 연구소인 캐븐디쉬 연구소의 백년사를 쓰기도 함.
• E. J. Dijksterhuis는 고대 피타고라스부터 뉴튼까지 역학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를 기술한 책을 내놓기도 함.
- 다루는 공간・시간이 넓으면 세세한 부분은 경시되거나 저자의 틀에 함몰되기 마련.
• 이는 내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경우나 외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경우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전자의 경우에 더 심하게 나타남.
• 내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과학사학자들은 과학이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
- 19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젊은 과학사학자들은 이러한 점을 극복하고자 연구 대상이 되는 공간과 시간을 대폭 축소.
• 위에서 살펴본 사회구성주의의 영향을 받은 연구들이 바로 대표적인 것.
• 섀핀과 셰퍼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문제가 된 진공 펌프를 분석.
• 루드윅은 1834년부터 1842년 사이에 지질학자들 사이에서 오고간 편지들과 문서들을 재구성해서 데본기라는 지층의 존재가 “만들어지는”(shaping) 과정을 3백여 장에 걸쳐서 연극 상영처럼 생생하게 재연.
• 갤리슨은 1910년대, 1930년대, 1970년대에 수행된 대표적인 세 실험을 실험 장치, 이론, 참여한 물리학자들을 중심으로 면밀히 분석하여 물리학자들이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사회적”인 것임을 보임.
- 이러한 축소 경향은 사회구성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
- C. Jungnickel and R. McCormmach (1986), In tellectual Mastery of Nature: Theoretical Physics from Ohm to Einstein.
• 1800년부터 1925년 사이에 독일에서 이론물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어떻게 생겨나서 발전했는가를 800여 페이지에 걸쳐서 상세하게 기술.
• 특히 이론물리학 내용의 발달과 그것을 수용하는 제도간의 상호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 내적・외적 방법론의 통합을 위한 모형을 제시하기도 함.
- 독일의 제국 물리기술연구소(Physikalisch Technische Reichsanstalt)에 관한 연구 (1871-1918)나 19세기말 30년 동안의 전자기학 이론의 발달을 다룬 연구
- 독일의 한 대학에서 1834년부터 1876년까지 개설된 물리학 세미나를 5백여 쪽에 걸쳐 분석한 연구도 나옴.
  
■ 경향(1): 각국사・지방사 연구 [241-242쪽]
- 연구 대상의 폭을 축소하면서 각국사나, 지방사 연구가 활기를 띠게 됨.
- 각국사의 경우 서구 유럽, 특히 프랑스, 영국, 독일 중심에서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캐나다를 포함한 그 밖의 지역으로 연구 대상이 확대되고 있음.
- 지역사 연구도 종래의 대도시 위주에서 지방의 소도시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음.
• <Isis>의 자매지인 <Osiris>가 1985년 20여년 만에 복간을 하면서 첫 호를 “미국 과학사 서술”로 함
• 구체제의 붕괴 이후에도 소련 과학사 연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음. 
• 왕립학회나 파리의 과학아카데미 등 전국적인 규모의 유명한 과학단체만을 대상으로 하던 데서 탈피하여, 지방의 대학, 연구소, 지방 과학단체, 심지어 고등학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음.
- 과학이 공간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는 일반적 관념을 무너뜨리는 데도 기여함.

■ 경향(2): 실험을 중시 [242쪽]
- 실험을 중시하는 경향은 사회구성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
• 현재 미국과 영국의 과학사학계를 주도하는 젊은 과학사학자들을 중심으로 확대
- 이러한 경향은 1970년대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도구주의”(instrumentalism)와 함께 과학이론의 발달이 과학사 서술의 주류를 이루었던 풍토를 바꿈.
• 실험기구를 중심으로 과학자들이 어떻게 실험결과를 해석하고 결론을 이끌어내는가를 자세히 살핌으로써, 이론이 실험을 선도한다는 기존 관념을 부인한 것.
• 젊은 과학사학자들은 이 연구 방법을 각국사나 지역사와 연결하여, 과학자들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서 의사소통을 하고, 합의를 이루어내는가를 자세히 밝힘.
• “이론에서 실행으로”(from theory to practice) 관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
- 이를 위해 과학자들의 연락망(network)을 연구하는 것이 최근 유행
• Robert S. Smith (1989), “The Cambridge Net work in Action: The Discovery of Neptune”
  
■ 경향(3): 주제의 다양화 [242-245쪽]
- 과학사의 첫 세대들은 근대 서구문명이 기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주로 근대역학의 태동을 중심으로 16-17세기 물리학사 연구에 매달려 있었음.
- 젊은 세대들은 물리학사 중심의 전통에서 벗어나 연구 주제의 폭을 대폭 넓힘.
• 1980년대부터 통계학사, 기상학사, 컴퓨터사 등을 다룬 논문과 책이 많이 나오게 됨.
• 특히, 통계학사의 경우, 그 자체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물리학사, 유전학사와의 밀접한 연관 때문에 좋은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음.
• 물리학사의 경우에도 열, 전기, 자기를 다루는 실험 물리학이나 양자역학, 입자물리학, 고체물리학 등으로 주제가 확장되고 있음.
- 1980년대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생물학사와 의학사에서도 주제의 다양화
• 생물학사는 1960년대와 70년대를 통해서 많은 연구 성과를 낸 다윈의 진화론 논쟁에서 벗어나 유전학사, 심리학사, 환경학사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음.
• 여전히 인기 있고 많은 연구가 계속 되는 다윈 연구에서도, 이전의 진화론의 기원에 관한 논쟁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와 연결함.
• 1985년에 출판된 『The Darwinian Heritage』는 이제까지의 연구 성과를 종합했다는 의미보다는 새로운 다윈연구의 경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큼.
- 유전학사 연구는 1980년대를 지나면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로 부상함.
• 과학사학자뿐만 아니라 과학사회학자들의 공헌도 두드러짐.
• Daniel J. Kevles (1985), In the Name of Eugenics: Genetics and the Uses of Human Heridity는 유전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둔 책으로 유전학에 관한 사회의 높은 관심을 반영함.
• Kevles et al. (ed.)(1992), The Code of Codes: Scientific and Social Issues in the Human Genome Project는 거대 과학이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분야에서도 수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인물이나 이론 중심의 생물학사 서술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법의 가능성을 제시.
- 심리학사와 환경학사도 1980년대를 지나면서 빠른 성장을 보인 분야.
- 의학사도 1980년대에 주제의 다양화를 통해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룸.
• 질병 위주의 전문적인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학적 방법을 도입하여 대상 범위를 넓힘.
• 사회학은 과학사의 어떤 분야보다도 의학사에 큰 영향을 미침. 이전에는 무시되어졌던 병원이나 의료집단, 제약 산업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계기를 마련.
• Morris J. Vogel (1980), The Invention of the Modern Hospital: Boston, 1870-1930.
• Paul Starr (1982), The Social Transformation of American Medicine: The Rise of a Sovereign Profession and the Making of a Vast Industry.
- 최근 물리학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점차 퇴조하는 데 비하여 생물학사나 의학사 분야가 활기를 띠는 것은 이들 분야가 앞으로 개척할 여지가 많음을 보여주는 것.
- 1980년대를 지나면서 이전에는 과학의 영역으로 간주하지도 않았던 영역도 과학사의 영역이 포함됨.
• 정신 감응(telepathy)이나 골상학(phrenology), 과학에 나타나는 성 차별 등
• 성차별에 관한 문제는 여성과학사학자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
• Evelyn F. Keller (1985), Reflections on Gender and Science가 기폭제 역할.
• Londa Schiebinger (1989), The Mind Has No Sex?: Women in the Origins of Modern Science.
- 주제의 다양화로 새롭게 등장한 이들 분야들은 빠른 성장을 지속하여 이제는 웬만한 학회에서 당당히 독립된 분과를 이룰 정도로 성장함.

■ 단점 [245쪽]
- 전체에서 부분으로의 이동은 시대의 불균형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을 초래.
• 새로운 방법들이나 시도들이 주로 19세기 이후, 특히 20세기의 현대 과학을 연구하는데 적용되어서, 젊은 과학사학자들의 주된 연구 시기도 이 시기로 이동한 것.
• 1970년대까지 가장 많은 연구 성과가 나오던 분야는 과학혁명기와 그 이전 시기. 그러나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사학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음.
• 이러한 경향은 젊은 세대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마치 세대에 따라서 연구 시기가 양분되고 있는 느낌.
- 이러한 시대의 불균형은 분명히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균형 잡힌 역사연구에 역행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음.
•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은퇴를 앞둔 노교수들이 물러난 후에는 고대・중세 과학사, 심지어는 과학혁명기를 가르칠 만한 교수의 숫자가 모자라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
•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들 시기를 아예 없애고 환경학사나 심리학사와 같이 최근에 인기 있는 분야로 대체하자는 논의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실정.
• 문제는 과학사학자들에게 가장 많은 직장을 제공하는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

  
  4. 미래에 대한 전망

■ [246-247쪽]
- 1980년대를 거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감과 동시에 깊이를 더해나가고 있음.
• 영역 확장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수반. 방법론적인 측면도 다양화가 이루어짐.
• 포먼의 지적: 과학사는 “내적 접근법에서 외적 접근법으로, 지성사에서 사회, 제도사로, 전체사에서 국가사로, 근대와 그 이전의 시기에 중점을 둔 역사에서 현대사로, ‘구’ 역사(old history)에서 ‘신’ 역사(new history)로, 합리적인 역사에서 양립하는 투쟁사로, 영웅을 중심으로 한 전설사에서 비판사로” 변해옴.
-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경향이 과학사가 가지고 있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한 것은 아님.
• 과학사의 내적・외적 방법론이 완전히 융합되지 않았음.
• 물론 과학사학자들은 더 이상 이러한 식의 구분조차 사용하지 않으며, 사회구성주의를 비롯한 여러 새로운 시도로 그 융합의 가능성이 커졌음.
• 그렇지만 과학사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이중성, 즉 “과학”과 “역사”라는 전혀 서로 다른 분야가 가지는 차이는 여전히 많은 과학사학자들을 괴롭힘.
- 사례: Crosbie Smith and M. Norton Wise (1989), Energy and Empire: A Biographical Study of Lord Kelvin. 윌리엄 톰슨에 관한 전기.
• 19세기 영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다방면에서 활동한, 그래서 과학자로서는 처음 귀족(lord)이 된 톰슨의 생애를 기술하기 위하여, 두 저자는 역할을 분담하여 과학 내용을 다룬 장과 다른 내용을 다룬 장을 각기 기술할 수밖에 없었음.
- 최근 다시 활기를 띠는 전기 집필은 과학과 역사를 모두 담기 위한 또 다른 시도.
• 물론 이 경우도 저자에 따라서 양자 중에서 한쪽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남아있음.

■ 주제의 다양화・세분화 경향의 문제점 [247쪽]
- 과학사 주제의 다양화・세분화 경향도 문제점을 내포함.
• 지나치게 주제가 세분화되고 내용이 어려워지면서, 과연 누가 이런 연구를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퍼지고 있음.
• 비교적 상식적인 과학지식만을 가지고도 이해할 수 있었던 과학혁명기를 다룬 논문을 이해할 수 있었음.
• 그러나 과학의 내용이 무척 어려워진 20세기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부적인 내용에 관심이 있을지, 누구를 대상으로 책이나 논문을 써야하는지 등의 질문은 과학혁명기 연구에 집중했던 과학사학자들에게는 대답하기 쉬웠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답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됨.
- 최근 현대 과학을 다루면서 과학 내용보다도 사회와의 관계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심화되는데 위와 같은 난점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 할 수 있음.
• 이 점에서 다윈의 진화론과 관련된 연구가 현재까지 계속해서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는 현상은 세분화 경향이 가장 심한 물리학사 분야에 교훈을 줌.
• 과학사가 진정한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세분화를 초월하는 “종합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의 분위기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음.
  
■ 김동원의 전망 [247-248쪽]
-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김동원은 과학사의 미래가 밝다고 확신함.
• 과학사학자들은 이제 자신들이 과학을 주제로 삼는 “역사학자”라는 점을 자각함.
- 끊임없이 자기변신의 노력을 계속해 왔음.
• 오래 지속되었던 내적 접근법의 독점을 외적 접근법과 새로운 방법론의 도입으로 극복. 불확실한 성공이었지만 계속 노력한다면 성공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
• 지속적인 변화 노력은 최근에 근대 이전을 다루는 학자들 사이로 점차 확산.
• 예) Lindberg and Westmanol (eds.), Reappraisals of the Scientific Revolution은 1970년대 말까지 당연시한 여러 오류들을 수정하는 자기 혁신을 보여줌.
   
  
(20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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